청와대가 또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집권 2기를 뒷받침할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개각을 단행했지만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 사망'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 등 현 경제팀의 전면쇄신을 통한 새 출발을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의 등장으로 빛이 바랬다. 개각효과는 사실상 하루 만에 실종되고 철거민 사망 사건이 정국 최대 뇌관으로 등장한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도중 철거민 사망 사태와 관련, 긴급 보고를 받고 철저한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민 사망 사건이 정국에 미치는 여파는 적지 않다.
우선 어청수 경찰청장의 후임에 내정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거취부터가 관심사다. 특히 이번 농성 진압에 투입된 경찰특공대가 서울지방경찰청 직할 부대라는 점에서 김석기 서울청장은 아직 내정단계에 있지만 책임론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로서는 취임도 하기 전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진상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 협상 국회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 과정에서 농민 1명이 사망하자 경찰수장인 허준영 청장은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아울러 민주당 등 야권은 즉각 정치쟁점화에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철거민 사망 사건과 관련, "장관부터 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정권 차원에 대한 확실하고 철저한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 시절에도, 전두환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용산 참극은 이명박식 공안통치가 빚어낸 일대 참극"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따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찰의 강제진압 및 철거민 사망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서는 최악의 경우 김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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