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글로벌 백신 산업에서 경쟁의 기준이 명확해지고 있다. 단일 기술이나 생산 능력보다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공정과 공급까지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실행력이 협력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인천 송도에 구축한 글로벌 R&PD 센터를 앞세워 연구(R), 공정개발(P), 파일럿 생산(D)을 하나의 루프로 연결한 통합 개발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 결과가 곧바로 공정 설계로 이어지고 임상 시료 확보까지의 의사결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면서 개발 속도와 실행 구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인천 송도 글로벌 R&PD 센터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65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4%의 성장을 거뒀다. 특히 자회사인 IDT바이오로지카는 인수 1년 만에 통합을 마치고 지난해 4분기 조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거점을 포함한 운영 구조가 안정 단계에 들어서, 차세대 R&D 프로젝트를 추진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향한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순항 중이다. 차세대 포트폴리오 역시 진전을 예고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내 범용 코로나 백신·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조류독감 백신 등에 대한 임상 진입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게이츠재단 산하 Gates MRI로부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용 단일클론 항체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해당 후보물질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선진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적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인도 및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지원 국가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글로벌 접근성 원칙에 따라 공급을 병행한다. 영유아 대상 한 번 투여로 RSV 시즌 전체를 커버하도록 설계된 이 항체 치료제는 백신과 함께 글로벌 공중보건 시장을 공략할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 머크(MSD),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협력하는 에볼라 백신 개발 프로젝트까지 가동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송도 시대'를 연 이후 국제기구·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연구개발부터 공정개발, 생산, 글로벌 파트너십까지를 한 축으로 묶는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회사가 내세워 온 '글로벌 바이오 플랫폼' 전략도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전략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