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중고거래·지역 생활 플랫폼을 중심으로 감자튀김만을 함께 먹는 이른바 '감자튀김 모임'이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햄버거나 다른 메뉴 없이 감자튀김 여러 개를 주문해 나눠 먹는 단순한 만남이 새로운 소모임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감자튀김만을 함께 먹는 이른바 '감튀 모임'이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픽사베이
최근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의 '동네 생활' 게시판에는 '감자튀김 모임' 모집 글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올라왔다. "감자튀김 같이 먹을 사람 구한다"는 짧은 문구 하나로 시작된 글에 댓글이 이어지며 규모가 커졌다. 별도의 자기소개나 친목 목적 없이, 감자튀김이라는 공통 관심사만으로 모임이 성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모임 방식도 간단하다. 약속된 시간에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모여 감자튀김을 주문한 뒤, 대화를 나누며 먹고 자연스럽게 해산한다. 지속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일회성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동호회나 취미 모임과는 결이 다르다.
이 같은 흐름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도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자튀김 모임을 언급하며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각 브랜드는 감자튀김을 앞세운 문구로 온라인상 화제에 가세했다.
롯데리아는 다음달 2일 롯데리아 홍대점과 신림점에서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고객이 원하는 소스를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는 '소스 콜키지 프리'를 진행한다. 롯데리아 인스타그램
롯데리아는 오프라인 행사도 마련했다. 다음 달 2일 서울 홍대점과 신림점에서 오후 시간대 동안 고객이 원하는 소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감자튀김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공유하면 선착순으로 기프티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스 조합을 시험해 보고 싶다", "감자튀김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감튀 모임은 점차 놀이 요소를 더한 문화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별 감자튀김의 두께와 식감, 염도를 비교하거나 선호도 순위를 매기는 게시글이 공유되고, '갓 튀긴 바삭한 감튀'와 '시간이 지나 부드러워진 감튀' 중 어느 쪽이 더 낫느냐를 두고 취향 논쟁도 벌어진다. "케이준 스타일을 좋아하면 A 브랜드", "양념 감자를 선호하면 B 브랜드"처럼 모임 장소를 정하는 기준도 생겨났다. 단순 섭취를 넘어 '나만의 비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감자튀김을 아이스크림이나 셰이크에 찍어 먹는 조합, 소금을 추가하는 적절한 시점, 소스와 음료의 궁합 등 이른바 '나만의 비법'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유행의 배경으로는 낮은 비용과 부담 없는 참여 방식이 꼽힌다. 감자튀김은 햄버거 세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 부담이 적고,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도 크지 않다. 동네 기반 커뮤니티의 익명성과 느슨한 연결 구조가 단발성 만남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참여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후기를 보면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감자튀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웃고 떠들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참여자는 "탄수화물을 먹는 모임이라 그런지 다들 착하다"며 모임의 분위기를 전했다. 모임 시간이 길지 않아 부담이 적고,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헤어질 수 있다는 점도 만족 요인으로 꼽힌다. 한 참가자는 "인연을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 시간만 즐기고 끝낼 수 있어 오히려 더 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