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정부가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주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단기적인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부분 물량의 착공 시점이 2028년 이후로 잡힌 데다 사업 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불거져 늦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착공 이후 입주까지 통상 2년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실질적인 물량이 풀리는 시점은 2030년을 훌쩍 넘긴다. 공급절벽 우려에 따른 추격 매수를 일정 부분 줄일 수는 있겠으나 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촉진 관련 합동브리핑에 참석 하고 있다. 2026.1.29 조용준 기자
31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계획을 연도별로 따져보면 2027년에는 2934가구 규모로 착공한다. 이듬해인 2028년 1만1610가구, 2029년이 1만4624가구, 2030년이 3만494가구 규모로 계획을 짰다. 전체 물량의 75% 정도가 2029~2030년에 몰려 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기존 신도시 3기 사례를 봐도 대규모 공공주택 사업은 일정 지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2026~2028년까지는 실질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신규 주택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전반적인 집값 흐름은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앞서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 2030년까지 총 5만9662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계획을 내놨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제시한 2026~2030년 135만가구 착공 계획의 후속 대책으로 당초 계획보다 5만가구 정도 늘렸다. 지역별로는 서울 3만1762가구, 경기 2만7761가구, 인천 139가구를 계획했다. 용산 등 일부 지역에선 기존 사업계획을 늘렸다. 과거 추진했다가 불발된 노원구 태릉CC 부지, 과천 경마장과 군 부지 이전을 전제로 한 사업계획도 있다. 노후청사 등 도심 곳곳에 자투리 부지까지 긁어모아 '영끌'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그럼에도 입주 물량 지표를 보면 공급 공백 우려를 쉽게 떨치기 힘들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은 지난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서울에서 입주 예정인 물량은 2만5967가구로, 지난해(3만7178가구) 대비 약 3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2028년까지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경기 침체와 금융 환경 악화로 착공 자체가 급감한 데다, 2010년대 정비구역 해제 등으로 주택 공급 파이프라인이 끊기면서 정비사업 착공 물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줬다. 지역별로 보면 서초구(7071가구)와 송파구(2527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치구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1000가구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관악구와 노원구는 올해 입주 물량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공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업무지구 예정지인 용산 정비창 터 전경.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모든 물량을 정부가 계획대로 착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대규모 공급계획이 잡힌 부지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 8·4 공급대책에 포함된 적이 있다. 계획 발표 후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번 공급대책을 짜는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조율이 덜 된 상태에서 발표한 곳도 있다. 정부도 일부 지자체,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구지정 등 사업 추진과정에서 풀어나가겠다는 점을 부연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용산 캠프킴이나 태릉CC는 주민 반대도 지속되고 있어 개발에 어려움이 있던 곳"이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유휴부지 활용과 신규 택지 조성 어려움으로 사업 좌초된 경우 많다는 점에서 모든 현장이 착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도 조율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정부는 '1만가구+α' 공급 계획을 확정했으나, 서울시는 현실적으로는 8000가구가 최대치라며 맞서고 있다. 공급 규모를 1만가구로 늘린다면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 추가 행정 절차가 불가피해 사업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미 사업시행인가가 나가 있는 상태로,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늘리려면 토지이용계획 변경이 수반돼 추가 인허가 절차에만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며 "반면 8000가구는 주거 비율 조정만으로 가능해 따로 토지이용계획 변경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