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지혜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후속 입법 등이 늦어진 책임을 물어 한국산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후속 입법'이 늦어진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7월30일 정상회담에서 관세 관련 합의를 마련한 뒤 10월29일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후 국회는 후속 대응에 나섰지만, 입법은 주요 현안에 밀려 늦춰졌다.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26일에서야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법안도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 혜택'을 소급적용 받기 위해서 제출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미국이 관세 인하 시점을 법안 제출 시점과 연동하기로 해, 서둘러 발의했다. 법안 발의가 이뤄져 지난해 11월 관련 관세 인하 혜택을 받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제출한 특별법은 한미전략투자공사를 20년 한시 조직으로 설립해 외환보유액 수익, 정부보증 채권 발행 등을 활용한 운용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후 국회에는 이와 유사한 법안이 4개 더 발의됐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응과 관련해 여야는 이견이 컸다. 야당은 줄곧 재정이 투입되는 사안인 만큼 비준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여당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인 만큼 특별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국회 예산안 처리와 특검법, 김 원내대표의 관련 의혹과 사퇴 등 혼란 속에서 특별법은 정치 쟁점에서 멀어졌다.
실제로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추가적인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특히 이 법은 제정법인 터라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는 등 처리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미룰 수 있겠냐"라며 "국회가 열려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리 지연 문제를 두고서도 여야 간 이견이 나온다. 민주당은 입법 지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경위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재경위에서 정상적 (법안 처리) 프로세스에 놓여 있다"며 "지난해 12월에는 조세심의, 올해 1월엔 인사청문회로 법안을 심의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경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 여당 측에서) 적극적 처리 노력은 없었다"며 "정부 여당이 느긋하게 2월 처리를 시도하며 관세 폭탄을 자초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맥락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것인지, 비준을 원하는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본회의와 관련해 회동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는 특별법 처리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