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최영찬기자
박승욱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의 전체 이용자 수는 증가했지만 10대들의 설 자리는 오히려 좁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권 밖 위기 청소년들은 통계 시스템에서조차 분류되지 않아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보건복지부
25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음투자사업 전체 신청자 수는 8만3443명으로 2024년(4만7822명)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그러나 연령별로 살펴보면 전체 이용자 중 '10대 이하'와 '10대'를 합친 아동·청소년의 비중은 2024년 22.9%(1만947명)에서 2025년 20.5%(1만7104명)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20대와 30대 청년층 이용자는 2025년 기준 3만9369명으로 전체의 절반(47.2%)에 육박했다. 10대들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성인층 위주로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음투자사업의 통계 미비다. 복지부는 현행 바우처시스템상 학교급별 신청자 수를 분류할 수 없다고 밝혔다. 1만 7000여명의 청소년 이용자 중 학교 밖 청소년이 몇 명인지, 그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고 있는지 정부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가장 심리적 지원이 절실한 아이들이 정작 정책의 효과성 분석에서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이용률 저조는 복잡한 절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음투자사업을 이용하려면 정신건강복지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Wee센터 등에서 발급한 의뢰서가 필수이며, 19세 미만은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행정적으로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장치라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이중 진입 장벽이다.
선진국들은 접근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10대들이 병원 문턱을 쉽게 넘도록 유도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호주의 '헤드스페이스'다. 전국 150여 곳에 설치된 이 센터는 병원이라기보다 카페나 놀이터에 가깝다. 12~25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초기 상담의 경우 부모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프랑스의 '청소년의 집' 역시 익명성을 철칙으로 한다. 의료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의사, 변호사, 심리학자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만날 수 있다. 학교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는다.
영국은 아예 학교와 병원의 경계를 허물었다. 국가보건서비스(NHS) 산하의 정신건강지원팀이 학교에 상주하며,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복잡한 절차 없이 즉시 치료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다.
전문가들은 마음투자사업의 취지에 맞게 행정 편의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사회와 단절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찾아가는 방법보다는 발굴하는 방식이 더 필요하고, 익명성을 강화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청소년들의 경우 기존에 있던 여러 상담 기관들의 역할이 중복돼서 발굴하는 것 자체가 쉽지않다"며 "지금 마음투자사업은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통념적인 기준들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더 쉽게 마음투자사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