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행보에 또 들썩이는 일본…총리여도 '여자'라서 스모 시상식 불참

성차별 논란 속 스모계 관행 유지 선택
지난해와 같이 대리 시상 검토 나서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전통적인 '금녀(禁女)' 관행이 이어져 온 스모 시상식에 직접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일본 사회 내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2일 교도통신 등 일본 매체는 다카이치 총리는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프로 스모 대회 오즈모의 올해 첫 대회 '하쓰바쇼' 우승자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트로피를 수여하는 방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시상식은 대회 마지막 날인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스포츠인 오즈모는 매년 1월·3월·5월·7월·9월·11월 등 두 달 간격으로 총 6차례 개최한다. AP연합뉴스

오즈모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스포츠로, 매년 1월·3월·5월·7월·9월·11월 등 두 달 간격으로 총 6차례 개최한다. 이 가운데 하쓰바쇼와 5월 도쿄에서 열리는 '나쓰바쇼'는 일본 총리가 직접 참석해 우승자에게 내각총리대신배를 수여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스모의 경기장인 '도효(모래판)'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여성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스모는 이 전통을 현대까지 유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스모계의 오랜 관행과 종교적·문화적 배경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직접 시상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규슈바쇼에서도 직접 시상에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이번 하쓰바쇼에서도 동일하게 대리 시상자를 파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AFP연합뉴스

다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의 도효 출입을 금지하는 관행이 시대에 맞지 않는 성차별적 관습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일부 지방 대회나 행사에서 여성 시장이나 지사가 도효에 오르려다 제지당한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을 지닌 다카이치 총리의 선택이 스모 전통을 사실상 추인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전통문화 보존과 성평등 가치 사이의 충돌을 다시 한번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시상식 불참 결정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사회가 전통과 변화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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