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뉴욕은 세계 공연 산업의 심장부다. 수많은 공연장이 밀집한 이 도시는 단순한 문화 공간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냉정하게 검증하는 무대다.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객 앞에서의 성공은 경쟁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이후 세계 무대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임오혁 베터솔루션 대표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를 거점으로 20여년간 공연·이벤트를 기획해온 임오혁 베터솔루션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뉴욕 공연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 프로젝트로, 체계적인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클래식 공연부터 K-POP 오디션, 크로스오버 공연 프로젝트까지 현지 제작을 직접 경험해온 공연 기획자다. 2023년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뉴욕 할렘 자선공연과 2025년 차세대 K팝 스타 발굴을 목표로 한 뉴욕 오디션 'K-팬 페스티벌'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뉴욕 공연에 대해 "비용은 높고 관객의 기준은 매우 냉정하다"며 "준비가 부족하면 공연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수의 공연을 기획해 온 경험과 주변의 실패 사례를 지켜 본 결과,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무엇보다 뉴욕 공연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연의 목적을 ▲아티스트나 기획사의 이미지를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키는 '브랜딩형' ▲뉴욕 관객 반응을 통해 향후 투어·투자·확장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장 검증형' ▲팬덤 기반 티켓 판매와 스폰서십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수익형'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공연 목적이 분명해야 콘셉트와 운영 전략을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연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콘셉트는 물론 예산 운용까지 모든 판단이 흔들린다"며 "뉴욕에서는 이런 모호함이 곧 실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뉴욕 공연은 일정 변경과 돌발 변수가 잦은 만큼 예산 관리의 중요성도 크다. 임 대표는 "작은 일정 지연이나 추가 요청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예비비가 없으면 현장에서 선택지가 사라진다. 예산 관리는 곧 '생존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 기술·장비, 인건비 외에도 총 예산의 15~20%를 예비비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계약과 운영 구조 역시 뉴욕 공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혔다. 임 대표는 "공연장, 장비, 아티스트, 스태프의 책임 범위와 일정, 보험 조건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분쟁이나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운영·기술·홍보 파트를 분리하고, 각 담당자의 권한과 의사결정 라인을 사전에 문서로 정리해 둬야 리허설과 본 공연, 돌발 상황에서도 혼선 없이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 대표는 공연 기획자에게 뉴욕은 '글로벌 시장의 시험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만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뉴욕은 규모보다 진정성과 준비도를 본다"며 "진심과 의미가 담긴 콘텐츠라면 작은 무대에서도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계적인 계획과 명확한 목표, 책임있는 팀 구성, 현실적인 예산 운용과 철저한 기술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뉴욕은 최고의 브랜딩이자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