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130060.2%…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 베네수엘라 가난한 이유

석유에만 의존한 자원의 저주
호황기 때 복지 지출 지나치게 늘려
마두로, 화폐 찍는 방식으로 예산 충당
2018년 물가상승률 13만%↑
국민 빈곤으로 악순환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이지만, 빈곤층이 90% 이상에 달하는 최대 빈곤국 중 하나로도 꼽힌다.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경제 상황은 석유라는 자원에만 의존한 채 복지 정책을 무리하게 확장하고, 석유 산업 국유화를 단행해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2015년부터 유가 하락과 맞물린 초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졌다. 베네수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기준 1만2700달러(약 1847만원) 수준에서 2020년 1533달러(약 233만원)까지 추락했다. 2024년 기준 4511달러(약 656만원)로 산유국 노르웨이의 1인당 GDP가 8만달러(1억16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7분의 1수준인 셈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4년 3월 28일(현지시간) 카라카스의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3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논란이 빚어지면서 국내외적인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한 원인 중 하나로 '자원의 저주' 현상이 지목된다. 자원의 저주는 '네덜란드 병'이라고도 부른다. 천연자원 수출로 일시적 경제 호황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 경쟁력을 약화해 장기적으로 경제 침체와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918년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처음 수출한 이후 베네수엘라 수출 품목의 95% 이상을 석유가 차지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고공 행진했던 시절(2011~2014년)이 지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석유 수출 호황기에 차베스 정권(1999~2013년)이 복지 지출을 지나치게 늘린 탓에 정부 부채만 1000억 달러 넘게 쌓여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후임 마두로 정부는 중앙은행을 동원해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예산을 충당했다. 물가가 급등하자 더 많은 돈을 찍어냈고 그 결과 베네수엘라의 2018년 물가상승률(전년대비)은 13만60%를 기록했다.

차베스 정권이 집권했던 14년 동안 석유 기업을 전면 국유화하면서 문제도 발생했다. 차베스 정권은 선제적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고, 전문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석유공사 PDVSA의 기술 경쟁력도 저하됐다. 마두로 대통령 취임 이후엔 정부 충성파 인물로 경영진 자리가 채워졌다. 베네수엘라에 묻힌 원유는 중질유로 고도로 까다로운 정유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그간 시설은 노후화하고, 전문인력까지 대거 이탈하면서 PDVSA의 기술력은 무너졌다.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리오그란데 강둑에서 2022년 12월 28일 베네수엘라 출신 어린이(5)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미국의 제재까지 겹치면서 석유 수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정선거로 재선에 성공했는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트럼프 정부는 2019년 PDVSA와의 거래를 차단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일일 석유 생산량은 100만 배럴 아래로 1999년 355만 배럴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국민들의 빈곤으로 연결됐다. 베네수엘라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 연구팀이 발표한 '2021 국가생활수준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극빈층 인구 비율은 76.6%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이 정한 극빈층 기준은 하루 소득 1.9달러 미만이다. 같은 조사에서 베네수엘라 빈곤율은 94.5%로 나타났다.

기획취재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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