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정부의 지분 규제 칼날 앞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소유 지분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가상자산 업계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 주요쟁점 조율방안'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의 지배구조를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인 10~15%로 묶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ATS는 의결권 주식의 15% 초과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규제가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후적 소급 규제'이기 때문이다. ATS는 설립 전부터 법적 기준에 맞춰 설립된 '사전적 규제' 사례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의 자본을 바탕으로 일궈 놓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제로 개편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송치형 두나무(업비트) 회장의 지분(약 25%)과 차명훈 코인원 의장의 지분(54%), 빗썸홀딩스의 빗썸 지분(73%) 등은 지분 축소 또는 처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키운 기업을 국가가 언제든 빼앗아 재분배할 수 있다는 전례가 남는다면 국내 창업 생태계는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코빗 인수나 네이버-두나무 간의 파트너십 등 대형 자본의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지분 조정은 외국 자본에 '한국은 법적 안정성이 낮은 나라'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가가 강제적으로 지분을 나누기보다 시장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분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 과정에서 뱅가드나 블랙록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소유와 경영의 견제와 균형을 맞췄다. 반면 우리 당국은 가상자산 기업의 법적 지위 인정이나 상장의 길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강제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만 꺼내든 모양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가 허울 좋은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신생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부터 철회해야 한다"며 "인위적인 지분 규제는 혁신 유인을 저해하고 경영 비효율을 초래하는 만큼 자본시장 진입을 통해 주주 구성이 다양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