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흉내내는 J뷰티…'K뷰티, 고성장세 꺾일 것'[K웨이브3.0]⑧

어재선 코스맥스재팬 법인장 인터뷰
일본인 일상 자리잡은 'K뷰티'…고성장세 꺾이는 시점
인플루언서 마케팅 한계 뚜렷…日브랜드 경계해야
‘신뢰’ 문제 장벽…현지 문화 이해 필수적

어재선 코스맥스재팬 법인장은 "K-뷰티는 올해 상반기까지 손 쓰지 않으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 법인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 니혼바시역 인근 코스맥스재팬 사무실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K뷰티가 일본에서 '잘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큰일 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K뷰티가 현재 일본에서 '일상'으로 자리잡은 소비재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일본 화장품 브랜드가 'K뷰티'를 표방해 난립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재선 코스맥스재팬 법인장. 코스맥스 제공

코스맥스재팬은 화장품 주문자 개발 생산(ODM) 코스맥스의 일본 법인으로, 현지 브랜드 화장품을 위탁 생산한다. 세계 최대 화장품 ODM인 코스맥스는 중국 상해와 광저우, 미국 뉴저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국 방콕 등에 화장품 제조 공장을 뒀는데, 한국 화장품 수출길이 막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를 생산하며 K뷰티의 성장 둔화를 목격한 바 있다.

그는 "과거에는 일본 화장품 매장에서 'K코스메틱'이라는 매대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카테고리별로 침투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됐다"며 "이제는 특별히 한국 화장품이라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선택하는 옵션"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온라인 공동구매, 라이브 커머스, 틱톡샵 등이 뷰티 시장에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K뷰티가 일본 시장에서 안착한 배경에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있다. 집단과 공동체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일본의 '와(和) 문화'로 유통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의 진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K콘텐츠를 접한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계속 찾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어 법인장은 "한국 화장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결국 K콘텐츠의 힘"이라며 "소비자들이 계속 제품을 찾으면 화장품 매대에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소비자들이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물밑 작업을 뜻하는 '네마와시(根回し)'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지 관계자들과 네트워킹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K패션과 K푸드는 K뷰티가 걸어온 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시장의 깐깐한 품질 관리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어 법인장은 "한국은 10개 중 1~2개 정도는 불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교환해주거나 불량을 고려해 100개 주문하면 110개를 보내주는 식이지만, 일본에서는 수량을 정확히 100개에 맞추지 못하면 문제가 되고 교환 문화 자체가 없다"며 "일본 유통사들 사이에서 한국 제품들은 물량은 많은데 신뢰가 안 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약사법이 매우 까다로운 점 등 한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제조사와 브랜드사가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도 필수적이다. 그는 "식품의 경우 일본의 규제 인증이 까다로워 진출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과 일본 정부 차원에서의 합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관세를 낮춘다면 브랜드사들이 진출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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