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군사 전략 재편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재배치 또는 역할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 주둔해오던 미 육군 1개 비행대대가 지난달 비활성화(deactivate)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평택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해온 5-17공중기병대대(5-17 ACS)가 지난달 15일 비활성화됐다. 군사적으로 '비활성화'는 특정 부대의 실질적 운용이 중단되거나, 부대가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창설된 5-17공중기병대대는 부대원 약 500명과 함께 아파치(AH-64E) 공격헬기, RQ-7B 섀도 무인기 등을 운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5-17공중기병대대를 통해 기존 연합사단에 순환 배치됐던 아파치가 고정 배치되면서 주한미군의 전투력이 보강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조치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미 육군 변혁 이니셔티브(ATI)'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번 비활성화가 작전 종료를 의미하는 것인지, 해당 부대 병력과 장비 철수를 의미하는지, 또는 대체 부대가 투입될지는 불확실하다.
또 보고서는 5-17공중기병대대가 비활성화되고 하루 뒤인 16일에 험프리스 주둔 제2보병사단 전투항공여단(CAB)의 의무후송 부대(MEDEVAC)가 재편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재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5-17공중기병대대 비활성화가 주한미군 병력 감축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에 더 많은 안보 역할 분담을 요구하면서 미군의 글로벌 태세 조정을 통해 현재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대만 분쟁 개입 가능성 등에 대비해 주한미군 역할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한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 표현이 빠지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성명에는 "주한미군의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해서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전까지의 SCM 공동성명에 담겼던 '현재의(current)'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당시 미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 지난달 18일 발효된 2026회계연도 미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은 법안을 통해 승인되는 예산을 한국에 배치된 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거나 한국과 일본,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 등과 협의했다는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후 금지를 해제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 때문에 국방수권법 조문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는 강제력 있는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