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방사성치료제(RPT)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임상시험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임상시험 전문기관 노보텍은 최근 발간한 '임상시험 연구 환경과 CRO(임상시험수탁)의 역할 2025' 백서를 통해 한국을 방사성치료제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주요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방사성치료제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약물에 결합해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하는 치료제다. 최근 글로벌 빅 파마들이 수조원대 사업 인수합병을 벌이는 등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분야다. 백서에 따르면 방사성치료제 글로벌 임상시험은 2018년 단 3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1~8월에만 80건으로 급증했다.
한국은 탄탄한 인프라와 빠른 착수 속도 등으로 방사성치료제 임상시험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기준 인구 100만명당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PET(양전자단층촬영) 스캐너 합계가 87대로, OECD 평균인 51대를 상회한다.
높은 인구 밀도와 건강보험 가입률로 환자 확보가 용이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서울엔 대형 병원들이 집중돼 있어 임상시험 인프라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노보텍 역시 현재 테라노스틱 사이트(임상 시험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과 인프라를 갖춘 의료 기관)로서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과 방사성치료제 임상시험을 협업하고 있다.
짧은 임상시험 착수 기간도 장점이다. 한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서(CTA)를 제출한 지 5개월 안팎이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등의 경우 최대 12개월까지도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0대 제약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CTA 제출부터 첫 임상시험 기관 방문까지의 기간이 112일로, 상위 16개국 중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방사성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악티늄-225(Ac-225)를 자체 생산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21년부터 악티늄-225 생산을 위한 원료인 라듐(Ra-226)을 확보하고, 올해 국내 생산 허가를 획득했다. 향후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면 원료 수급과 임상시험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셈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한국은 원자력 연구 역량이 높고 한국원자력의학원을 중심으로 방사성치료제 임상시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의약품 접근성이 뛰어나고, 의료진의 임상시험 경험이 풍부한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