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 인수 '로펌 삼국지'

스캐든 vs 왁텔 vs 레이텀&왓킨스
세계 최고 수준 로펌들 수 싸움

왁텔(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최종 상대는 스캐든(넷플릭스)일까 레이텀&왓킨스(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일까.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이 쟁쟁한 글로벌 로펌들의 대리전으로도 화제다. 미디어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이번 거래에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넷플릭스다. 720억 달러의 인수가를 제시한 넷플릭스의 법률 대리인은 스캐든(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이다. 스캐든은 미국의 법률 전문 매체 'Law.com'이 발표하는 '2025 Global 200'에서 매출 기준으로 5위에 오른 로펌이다. 2024년 기준으로 3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변호사 1인당 매출도 200만 달러가 넘는다.

Law.com이 발표한 '2025 Global 200' 로펌 순위. 법률신문.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에 맞서 인수가 1084억 달러를 제시하며 적대적 M&A에 나섰다. 파라마운트 진영은 레이텀&왓킨스(Latham & Watkins)가 이끈다. 레이텀&왓킨스는 스캐든보다 더 덩치가 크다. 2024년 70억 달러의 매출로 전 세계 2위에 올랐고, 변호사 1인당 매출도 195만 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 전 파라마운트에 최고법무책임자(Chief Legal Officer)로 합류한 마칸 델라힘(Makan Delrahim)도 레이텀&왓킨스 파트너 변호사 출신이다.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 Urquhart & Sullivan)과 전통의 강호 크라바스(Cravath, Swaine & Moore)도 파라마운트 진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매물로 나왔지만, 워너브라더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법률 대리인으로 왁텔(Wachtell, Lipton, Rosen & Katz)을 내세웠다. 왁텔은 로펌 매출로만 보면 약 12억 달러로 스캐든이나 레이텀&왓킨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변호사 1인당 매출을 보면 450만 달러 수준으로 덩치 큰 두 로펌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여 준다. 뉴욕에서는 '로펌을 경영하려면 왁텔처럼 하라'는 말도 있다.

법무법인 린의 주우혁 미국 변호사는 "워너브라더스 인수처럼 관심이 쏠리는 큰 기업의 M&A는 풍부한 자본과 탄탄한 인력 구조를 갖춘 대형 로펌이 맡는다"며 "이런 거래는 방대한 재무·회계 자료, 소송 기록을 검토해야 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인력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주 미국 변호사는 "M&A가 성사된 이후에는 내부 직원들의 처우 등을 둘러싼 새로운 소송들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사후적 소송을 예방하고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한 대형 로펌이 대리인으로 선호된다"고 했다. 그는 델라힘의 사례와 같은 인적 네트워크, 기존 수임 사건과의 이해관계 충돌 여부, 가격 경쟁력 등이 로펌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워너브라더스 인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갈지도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시상식에서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케이블 뉴스 방송사 CNN의 모기업이기도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CNN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파라마운트가 이번 거래에 필요한 자산에 비의결권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가(家)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주목되는 이유다.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지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8일 "워너브러더스 거래와 관련해 쿠슈너(사위)와 별도로 대화를 나눈 적 없다"며 "넷플릭스도 파라마운트도 내 친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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