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앞둔 '신라면', 누적 판매량 425억개…해외매출 1조 초읽기

해외 매출 60% 넘어, 한국식 매운맛 세계로
신라면 툼바 흥행하며 글로벌 수요 증가

출시 40주년을 앞둔 농심의 '간판 라면' 신라면이 올해 누적 판매량 425억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1986년 출시 이후 국내 라면 시장 1위를 지켜온 신라면이 글로벌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K푸드를 대표하는 슈퍼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의 올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425억개로 예상된다. 라면 한 봉지의 면 길이가 약 40m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모두 이었을 때 지구 둘레(약 4만㎞)를 4만2500번 감을 수 있는 길이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약 1억4960만㎞)를 여섯 번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신라면은 2000년 누적 100억개 판매를 시작으로 2009년 200억개, 2017년 300억개를 넘어서며 성장 속도를 이어왔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 농심 '신라면 아이스링크'. 농심 제공.

글로벌 매출 비중 60% 돌파

신라면 매출은 2020년 86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400억원으로 56% 늘었다. 성장의 중심에는 글로벌 시장이 있다. 2020년 4200억원이던 글로벌 매출은 2021년 5000억원으로 국내 매출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후 2022년 6200억원, 2023년 710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8200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했다. 사실상 해외가 신라면의 본거지가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매출이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라면은 농심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1~9월 농심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6319억원, 150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8%, 5.5% 증가했다.

글로벌 비중 확대는 주요 시장 점유율 상승과 신흥 시장 수요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중국·일본에서 판매가 안정적으로 늘고, 동남아·중남미에서는 K라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됐다. K콘텐츠 영향으로 한국식 매운맛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농심이 '신라면 툼바',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하며 시장을 넓힌 것도 한몫했다.

특히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신라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출시된 툼바는 매콤하고 꾸덕꾸덕한 맛으로 인기를 끌며 올해 9월까지 누적 6000만개가 판매됐다.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 30'에 한국 라면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농심은 지난달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추가로 출시했다. 약 2년간의 개발 끝에 완성된 이 제품은 매콤함과 달콤함을 결합한 '스와이시(Swicy)' 콘셉트를 반영해 외국인도 쉽게 즐기는 맛을 개발했다. 김치볶음면은 농심이 내년 해외 시장 확장의 핵심 제품으로 삼고 있으며, 이달부터 본격 수출을 시작해 내년까지 70여 개국으로 판매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출시 첫해부터 히트, 30년 넘게 시장 1위

1986년 등장한 신라면은 국내라면 가운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매운맛을 구현했다. 당시 순한 국물 제품이 주류였으나 농심은 한국인의 식습관과 조리 문화를 분석해 얼큰한 소고기 장국을 모티브로 한 매운 국물을 개발했다. 국밥류에 사용되는 다진 양념 기법을 적용해 깊은 국물 맛을 구현했다. 면발도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 가늘면서 쫄깃한 식감'을 목표로 200여 종의 면을 시험했고, 지금의 식감을 완성했다.

출시 첫해 석 달간 30억원 매출을 기록한 신라면은 1987년 연 매출 180억원까지 치솟으며 단숨에 시장에 안착했다.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뒤 한 번도 정상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국내 라면 시장 역사에서 장기간 1위를 유지한 제품은 삼양라면(1963~1986), 안성탕면(1987~1990), 신라면(1991~현재) 세 제품뿐이다.

2015년에는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라면 시장에서 농심은 점유율 56%로 선두를 지켰고, 오뚜기가 25%로 뒤를 이었다.

K팝과 손잡고 글로벌 소비자 공략

농심은 지난 7월 신라면의 해외 브랜드 슬로건을 '스파이시 해피니스 인 누들(Spicy Happiness In Noodles)'로 새롭게 정했다. 매운맛이 주는 활력과 한 그릇이 주는 즐거움을 세계 소비자와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수출 제품에는 '코리아 넘버 원(Korea No.1)' 문구를 넣어 한국 대표 라면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K팝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신라면 최초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에스파는 '스파이스 업 유어 라이프(Spice Up Your Life)'를 재해석한 캠페인과 '신라면 댄스'를 통해 해외 팬덤을 겨냥한다.

체험형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세계 주요 관광지에 '신라면 분식'을 운영하며 브랜드 경험을 높이고 있다. 페루 마추픽추, 일본 하라주쿠, 베트남 호치민 등에서 신라면 시식과 콘텐츠를 선보였고, 올해 삿포로 눈축제에서는 '신라면 아이스링크'를 열어 하루 3000명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농심은 내년에 중국과 러시아 등으로 확대하고, 하얼빈 빙설제·퀘벡 윈터 카니발 등 세계적 겨울 축제와의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통경제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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