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GPT가 영업하고, AI가 호텔 운영…여행 플랫폼 '트립비토즈'

영상 중심 차세대 온라인여행사
MZ·인플루언서 생태계 겨냥
호텔 제휴·운영·관리까지 AI가 처리

지난달 24일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유진 기자

"온라인 여행사(OTA)는 언뜻 여행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한 금융회사에 가깝습니다. 예약과 정산 사이에 머무는 현금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의 본질이죠. 이 구조를 인공지능(AI)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트립비토즈를 창업한 정지하 대표는 회사의 핵심 전략을 이렇게 요약했다. 익스피디아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시기와 티메프 사태 등 업계의 격변을 거치며 '생존과 효율'이라는 두 단어를 붙잡았고, 그 과정에서 GPT·제미나이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조직 전반에 도입했다. 정 대표는 "AI는 인력 감축 도구가 아니라, 소규모 팀으로도 글로벌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는 생산성 레버리지"라고 말했다.

트립비토즈의 'AI 전사화'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는다. 이메일, 보고,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지원까지 대부분의 백오피스 프로세스에 LLM을 탑재해 업무 시간을 대폭 줄였다. 인원은 줄었지만 오히려 거래액은 125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성장했다. 그는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면서 속도, 정확도, 비용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한국에서 이 정도 속도로 일하는 OTA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립비토즈에 따르면 영상 기반 예약 전환율이 사진 대비 120% 높아지는 등 AI, 콘텐츠 기반 모델이 MZ·인플루언서 주도 여행 소비를 재편하고 있다. 사진은 트립비토즈 애플리케이션 피드. 이미지 제공=트립비토즈

콘텐츠 전략에서도 전통 OTA와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검색과 사진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트립비토즈는 초창기부터 '영상 기반 OTA'를 내세웠다. 실제 회사가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상 기반 예약 전환율이 사진 대비 120% 높다. 그는 "여행 콘텐츠는 결국 체험 기반인데, 사진은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 MZ세대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으로 영감을 받고 여행을 선택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이 흐름을 중심에 두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가격과 객실 점유율을 실시간 계산하는 ‘AI 스마트 보고서’. 이미지 제공=트립비토즈

트립비토즈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은 호텔 파트너를 위한 AI다. 'AI 스마트 보고서'는 호텔의 객실 점유율, 경쟁사 가격, 계절성과 이벤트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적정 요금을 제시한다. 단지 가격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KPI(핵심지표) 이상징후 탐지와 전략 카드 제안까지 자동 생성해 호텔 담당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호텔 제휴→운영→성과관리→성장까지 파트너 전 과정을 AI화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이 AI 시스템을 "호텔의 독립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엔진"이라고 표현했다. 중소형 호텔은 인력난이 심각하고, 가격 전략이나 수요 예측도 쉽지 않다. 이걸 AI가 대신하면 운영비는 줄고 수익은 올라간다. 호텔 내부의 프런트, 하우스키핑, 컨시어지까지 AI 기반 무인화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도 디지털 컨시어지, 자동화된 고객 응대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런 AI 전환 모델이 무인화, 비용 절감, 광고 수익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글로벌 확장 전략 역시 AI 중심이다. 트립비토즈는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판매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시장 타이밍을 읽고, 세일즈 GPT가 파트너 발굴과 커뮤니케이션을 상당 부분 자동화한다. 호텔 API(B2B) 사업을 확장해 동아시아 최대 숙박 B2B 사업자로 도약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정 대표는 "대부분 OTA가 수수료 경쟁과 광고비 경쟁에 갇혀 버렸지만, 우리는 AI로 구조 자체를 다시 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여행은 결국 사람의 감정과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연결하는 기계적인 부분은 AI가 더 잘할 수 있다"며 "콘텐츠가 움직이고, 데이터가 반응하고,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새로운 OTA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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