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리움미술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寫經)인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新羅白紙墨書 大方廣佛華嚴經)의 현황과 향후 보존 방향을 주제로 다음 달 5일 서울 용산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리움미술관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寫經)인 '신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新羅白紙墨書 大方廣佛華嚴經)의 현황과 향후 보존 방향을 주제로 다음 달 5일 서울 용산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리움미술관 제공
'신라백지묵서'는 황룡사 연기법사(緣起法師)가 통일신라 경덕왕 13년(754)에 제작을 시작해 이듬해 2월 14일 완성한 사경으로, 현존 신라 사경 가운데 제작 연대가 명확하게 확인되는 유일한 사례다. 한국 불교미술·사경사·전통제지 연구에 미치는 사료적 가치 역시 매우 크다.
이 유물은 1978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1979년 국보 제196호로 지정됐다. 한 축은 1989년 보존처리를 마친 뒤 리움미술관 고미술 전시장(M1)에 전시돼 왔고, 다른 한 축(미보존처리본)은 본래 상태 그대로 보관 중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두 유물의 상태와 재질 등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구체적 정보가 처음으로 공유되며, 보존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보존처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경에 사용된 닥종이는 당시 제지기술의 수준이 매우 높아 현대 기술로도 온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두루마리 끝부분에 남아 있는 제작기록(造成記)에는 발원자, 종이를 만든 장인, 필사자, 표지화를 그린 화사 등 제작 과정에 참여한 인물들이 상세히 적혀 있어, 제작에 얼마나 정성과 품이 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승혜 동아대학교 조교수가 8세기 신라 불교에서 경전 신앙과 사리 신앙이 결합해 사경이 제작된 배경을 설명하며 포문을 연다. 이어 후지타 레이오 전(前) 문화청 서적·전적·고문서 부문 주임문화재조사관이 일본 고사경의 특징과 보존 사례를 소개한다.
남유미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장은 유물의 현황과 보존 과제를 발표하고, 스즈키 유타카 일본국보수리장황사연맹 명예이사는 유물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보존 전략을 제안한다. 종합토론은 정제규 국가유산청 상근 전문위원이 좌장을 맡아, 보존의 기준과 개입 범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남유미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장은 "신라백지묵서는 경전일 뿐 아니라 뛰어난 제작기술·문헌·회화가 결합된 복합 유산"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신라 사경의 원형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가치를 오래도록 계승할 보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참여 신청은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