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메타가 인공지능(AI) 안경을 스포츠·바이오헬스 분야로 적극 확장하면서 차세대 기술 플랫폼에 도전하고 있다. 음성 번역, 음악 재생, 전화 통화는 물론 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하는 등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AI 특허 검색 서비스 '키워트'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AI 안경을 착용해 가상세계에서 골프와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메타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 AI 안경(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을 출시하고, 손목에 차는 '뉴럴 밴드'와 함께 799달러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 등록된 미국 특허(US 12299196)를 보면 메타는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장치로 사용자의 손과 팔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이를 가상현실에 반영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가 야구공이나 야구 배트를 손에 쥐지 않아도 가상현실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손목에 차는 뉴럴 밴드나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장착된 센서가 팔의 힘과 손목의 방향을 인식해 '커브볼'을 던지는 것까지 파악한다. 골프 역시 골프채나 골프공 없이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상현실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해당 특허 설명에 따르면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와 방향, 가속도 등을 측정하는 '관성 측정 장치(IMU)'와 근육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신경근 신호 센서'를 활용해 사용자의 팔, 손목, 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다. 팔을 빠르게 휘두르면 강하게 타격되고 손목을 비틀면 회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실제 공을 던지거나 스윙한 대로 가상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다.
지난달 공개된 메타의 신형 인공지능(AI) 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손목에 차는 뉴럴 밴드. 메타 제공
스마트 안경으로 사용자가 먹고 있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해주고 음식을 씹는 정도까지 측정해 식습관을 개선해주는 기술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에 특허 등록된 이 기술(US 12216962)은 스마트 안경의 AI 이미지 분석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카메라로 찍은 음식의 종류를 식별하고, 이미지의 깊이·크기 정보를 바탕으로 음식의 양을 추정한다. 이를 통해 칼로리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계산해준다.
스마트 안경 화면 한쪽에는 하루 적정 섭취 칼로리와 내가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그래프로 표시해준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나 식이조절이 필요한 당뇨병·고혈압 환자까지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스마트 안경이 음식을 씹는 동작까지 파악해 사용자가 충분히 씹어 삼켰는지도 알려준다.
메타는 웨어러블 기술 구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2019년 메타는 움직임과 신경 자극을 디지털 입력 신호로 변환하는 손목 밴드를 개발하는 뉴욕 소재 스타트업 CTRL-랩스를 인수했다. CTRL-랩스는 신경 뉴런 활동을 측정해 사람이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더라도 디지털 화면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또 메타는 AI 안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7월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과 오클리의 모회사인 에실로룩소티카의 지분 3%를 약 35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했다.
메타가 최근 출시한 신형 AI 안경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렌즈 측면에 적용돼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됐다. '헤이 메타'라고 부르면 AI 비서가 활성화돼 실시간 번역, 메시지 전송, 사진 촬영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무게는 69g까지 줄여 장시간 착용해도 부담 없게 만들었고 한번 충전으로 최대 6시간 사용할 수 있다. 내년 초에 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영국에 출시할 예정이고, 한국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