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표해 사과드립니다' 총리 말에 '강제 피임' 피해자들 '눈물'

덴마크, 수십년간 그린란드 여성들 강제 피임
프레데릭센 총리, 관계 개선 위해 사과 행보
"심각한 후과 남겨"…화해 기금도 조성 예정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의 '강제 피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린란드인이라는 이유로 여러분들에게 가한 잘못된 일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또 "(과거 덴마크 정부가 한 일은) 그린란드 소녀들에게 심각한 후과를 초래한 배신행위였다"면서 "덴마크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EPA연합뉴스

이날 자리한 피해자 다수는 프레데릭센 총리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AFP 통신에 "젊은 시절 두 차례 자궁외임신, 여러 차례 수술 등을 겪었으며 모두 (덴마크의) 자궁 내 피임장치(IUD) 삽입술과 관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를 직접 듣는 것이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너무 중요했다"면서 "이제 증오나 분노,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갉아먹도록 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덴마크 정부가 그린란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인구 증가를 억제할 목적으로 여성 약 4500명에게 IUD 삽입술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그린란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여성 150여명은 동의 없는 IUD 삽입술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린란드대·남덴마크대의 공동 진상조사 결과, 덴마크 의사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92년까지 30여년간 그린란드 여성들에게 시술을 해왔다.

23일 그린란드 누크 공항에 도착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부부. AP연합뉴스

이 문제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 관계의 걸림돌로 꼽혔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덴마크는 그린란드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지난달 프리데릭센 총리는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책임을 질 수는 있다. 덴마크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아울러 덴마크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화해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광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18세기부터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 식민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 일부로 편입됐다. 지난 2008년 11월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 2009년 제정된 자치정부법을 통해 외교, 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이양받았다. 자치정부법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으나 경제적 자립성이 취약해 덴마크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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