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선대를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선박 투자 원칙을 재정비했다. 새로운 선박을 구매할 때 석유보다는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같은 저탄소 연료를 쓰는 선박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식이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있는 HMM 본사. 조용준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내부탄소가격제'를 최근 도입해 시행했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을 미리 책정한 뒤 선박 구매 같은 투자나 신규 프로젝트를 결정할 때 반영하는 것이다. HMM은 탄소배출량에 따른 비용추정치를 투자 결정에 우선 반영하고 하반기 동안 선박별·시기별 탄소세를 산출해 내년 초 내부탄소가격을 정할 방침이다. 선박 운항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더라도 탄소배출이 많다면 투자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2022년 전후로 내부탄소가격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KT&G는 2022년 3월 내부탄소가격제를 도입하고 t당 5만원 수준으로 비용을 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부탄소가격을 투자안건 심의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권역에선 올해 tCO2(이산화탄소배출량 단위)당 40~95달러, 2027년엔 60~105달러, 2040년엔 200달러로 증가하도록 했다.
HMM ESG보고서
HMM이 탄소배출량 관리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강화되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있다. EU는 지난 1월 시행한 '퓨얼EU 마리타임'을 통해 자국 항구에서 운항하는 선박이 2029년까지 매년 탄소배출량을 2%씩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50년에는 최종적으로 80%를 줄여야 한다. 2027년부터는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탄소배출량 t당 100~380달러의 탄소세를 매긴다. 탄소를 많이 내뿜을수록 부과금도 많아진다. 이에 HMM은 지난해 9월 발표한 '2030 중장기 전략'에서 넷제로(완전 탄소중립) 시점을 5년 앞당겨 2045년 조기 달성하기로 했다.
HMM은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맞춰서 선박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올해는 9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을 2척 인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7척을 추가해 총 9척의 메탄올 연료 친환경선을 인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