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농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성장은 정체됐고 비용 부담은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이 더딘 모습이다. 경쟁사가 워낙 잘나가다 보니 실적과 주가가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 투움바 광고 영상. 농심 유튜브.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0개 증권사가 농심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52만원에서 49만원으로 낮췄고 NH투자증권은 51만원에서 48만원으로, KB증권은 52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과 LS증권은 각각 5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유안타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49만원에서 45만원으로 낮췄다. 또한 유진투자증권은 49만7000원에서 45만원으로, 신한투자증권 50만원에서 46만원, iM증권 55만원에서 5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농심의 목표주가를 내린 것은 올해 2분기 실적 부진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2분기에 매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8677억원,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4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수치로,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농심의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8982억원, 영업이익 482억원이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하향은 2분기 실적을 반영해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실적 부진을 반영한 2025~2026년 실적 추정치 변경이 목표주가 하향의 주된 사유"라고 말했다.
농심 투움바.
부진한 2분기 실적에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인 지난 18일 농심은 3.81%나 하락했다.
특히 경쟁사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우울해진다. 삼양식품은 2분기 영업이익이 1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5531억원으로 30% 증가했다. 매출액은 컨센서스에 부합했으나 영업이익은 하회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평가는 농심과는 달랐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 중 6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류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 높였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반영해 2026~2031년 영업이익 연평균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9.7%에서 12.8%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2분기 실적은 수출 물량 확대를 앞두고 마케팅비를 집행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지만 이는 성장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였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삼양식품 주가는 80% 상승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반면 농심은 올들어 주가가 2.01% 하락했다. 한달 전 40만원대였던 주가는 36만원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삼양식품에 라면 대장주 자리를 내준 후 갈수록 격차가 벌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성장세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장기간 정체되고 있는 외형 성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분기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된 신라면 툼바의 해외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상황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많이 아쉬운 상황으로 이는 신라면 툼바 글로벌 론칭에 따른 미국 중심 글로벌 마케팅 강화에 기인한다"면서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글로벌 내 신라면 툼바의 본격적인 매출 및 이익 기여 확대가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농심 투움바 미국 푸드트럭.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와 미국의 가격 인상 효과에 툼바의 입점 확대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국내 가격 인상 효과가 온기 반영되며 매출은 상반기 대비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은 7월 전제품 평균 10%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툼바 제품도 월마트 메인 매대에 진출했다"면서 "하반기 실적은 국내 소비심리 회복과 가격 인상 효과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는 비용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미국 툼바 입점 확대와 가격 인상 효과가 점차 기여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실적 개선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툼바의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신제품의 글로벌 메인스트림 입점 확대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따라서 3분기에도 북미와 중국 법인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4분기에는 미국 내 신제품의 월마트 및 크로거 입점과 7월 단행된 라면 전제품 가격 인상 효과, 그리고 중국 내 유통채널 커버리지 확대에 따른 증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연말에는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