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유제훈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과 만찬을 한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30여분간 회담을 한 이후 67일 만이다. 다자 회담이 아닌 양자 회담으로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일본에 들러 한일 관계 개선은 물론 한·미·일 공조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23~24일 방일해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23일)을 할 예정"이라며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25일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환경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고,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일본을 먼저 방문한 이후 미국으로 향한 바 있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이 시차를 두고 같은 패턴으로 외교 일정을 짠 것으로, 대중국 견제에 힘을 쏟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정부가 먼저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함에 따라 미국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맹의 현대화'를 앞세워 국방비 증액 등 안보 이슈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선제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보 문제를 다루는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조 장관은 "미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우리와 여러모로 입지가 유사한 일본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정부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일은 한일 '셔틀 외교'를 한국이 먼저 풀어가면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한일 양국은 안보 협력은 물론 대북 정책, 경제 협력, 인적 교류 확대 등 여러 의제를 풀어가야 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셔틀 외교를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면서 "이번 방위를 통해 양 정상 간 개인적인 유대 및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한일 정상은 양국 간 미래 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그리고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요구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등 지역 내 이슈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지도 관심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최근 조 장관에게 요구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건강권이나 이익이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의제는 조율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조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감축 등 현안이 어떤 수준까지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실무선에서 협의·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상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로 핵(核)보유국 인정을 들고나올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까지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미 간)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긴장 완화 조치를 평가 절하한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