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위기 맞은 다자주의 회복할 대안…韓, 주도적 역할 할 것'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
PECC 총회 특별대담서 견해 밝혀
"다자주의 위기, 도움 못 된 제도가 원인"
"APEC의 '열린 지역주의'가 극복 대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 300여명 모여
주요 경제 현안 논의…'여의도 선언문' 채택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도경제학'의 권위자,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오는 10월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최근 위기를 맞은 '다자주의'를 회복할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로빈슨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 참석해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해진 시대에 APEC의 접근법이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구축을 구상하는 데 유럽연합(EU)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 법·제도와 경제성장 간 관계를 분석하는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전 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권위자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역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번 총회에서 로빈슨 교수는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특별대담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를 위시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외교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 원칙이 위기를 맞은 데 대해 "기존 제도가 모든 국가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자발성, 개방성, 비구속성, 합의 기반 협력이라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 원칙이 다자주의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 등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세계 경제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 개념을 사용하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선 "휴대폰, 선박, 자동차뿐만 아니라 K-팝, 오징어게임 등으로 보여준 문화 콘텐츠, K-뷰티까지 경제적, 문화적으로 놀랍도록 창조적인 사회"라고 극찬하며 "이번 APEC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날 열린 PECC 총회에는 로빈슨 교수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 300여명이 모여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다가오는 APEC에서 논의돼야 할 의제들을 발굴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청년 프로그램'을 5년 만에 재개했고 총회 결과물로 '여의도 선언문'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인공지능(AI) 활용 방향성 정립과 회원 경제체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의 모색,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전략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된다.

PECC는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경제협력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APEC의 싱크탱크다. 우리나라가 올해 APEC의 의장국이 됨에 따라, PECC의 한국위원회가 이번 총회를 주관하게 됐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1980년 창립 이후 1989년 APEC 출범을 주도하고 역내 협력의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며 PECC의 오랜 역사와 역할을 되짚었다. 이어진 환영사에서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PECC가 앞으로도 APEC의 핵심 싱크탱크이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는 정책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대표 경제단체로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영상 축사를 통해 "PECC에서의 논의가 APEC 회원 경제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포함한 글로벌 통상환경 동향, 그리고 역내 협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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