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공식 취임했다. 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국토교통부는 민생 회복의 토대를 놓고,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혁신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하며, 부동산 공급, 국가 균형 발전, 국민 안전 확보 등 핵심 과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정책의 성과는 회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판가름난다"고 강조하며, 현장 중심의 실행력 있는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 공급 갈증을 해소하는 것은 김 장관의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도권 주택 시장이 '공급 절벽' 상태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단순히 수요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양질의 주택'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집값 안정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 공급 속도를 높이고 도심 내 유휴지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김 장관은 LH가 '땅장사'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 임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를 위해 재정 투입을 포함한 과감한 개혁을 시사한 바 있다.
민간 부문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재건축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조정을 검토하되, 민간과 공공의 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겠다는 것이 김 장관의 입장이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공시가율 현실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미분양 문제의 경우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재정 투입, 세제 혜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출신인 김 장관은 "우리에게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뼈저린 소명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5극 3특 경제생활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1차 이전에서 소외된 지역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국회의 완전한 이전'을 지지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임기 내 세종 이전' 공약을 앞당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각이다. 김 장관은 현행 예타 제도가 비수도권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타 제도가 '정책적인 판단 수단으로 변형된 개혁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안전 문제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을 다짐했다. 특히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임금 착취 구조를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법적으로 완벽한 제도' 마련을 약속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싱크홀 등 새로운 유형의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조직·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항공 안전 분야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과도한 운항 편수 문제를 지적하며 기준 강화와 구조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국무총리실로 이관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해 주목된다. 이 외에도 KTX-SR 통합 원칙적 찬성, 전 국민 대상 정액권 방식의 대중교통 이용권 추진,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외국인 부동산 투기 규제 강화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