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효성, '미래전략실' 신설…조현준의 AI 중심 새판짜기

신사업 모색…김철호 효성벤처스 대표 전면에
'부진' 화학·'활황' 중공업, 성장 격차 줄인다
조현준 회장 "AI 기술 접목해 성장 꾀해야"

효성이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전담할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발굴 등 조현준 회장의 미래 구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은 그룹 차원의 신사업 구상과 전략 투자를 총괄할 '미래전략실'을 최근 새로 꾸리고 김철호 효성벤처스 대표를 실장으로 선임했다. ㈜효성 전략본부 소속 임효성 상무가 실무를 맡는다.

김 실장은 투자와 전략 양쪽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이치뱅크 본부장, 스틱인베스트먼트 PE 부본부장, 일진투자파트너스 대표를 거쳐 2022년 효성 전략본부로 영입됐다. 같은 해 효성벤처스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이번 조직 신설을 통해 전사적 전략 구상과 외부 생태계 연계 투자 실행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효성이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것은 그룹 사업 구조를 바꾸고 미래 성장동력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효성 내부에서는 최근 몇 년간 계열사 간 실적 편차가 커지며 그룹 차원의 전략 정비 필요성이 높아졌다. 수익원 편중 리스크가 고조된 만큼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위기 인식이 가시화된 셈이다.

계열사 간 실적 격차는 상당하다. 대표 계열사인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기반 기초소재 중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업계 불황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705억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바이오매스 비중을 높인 트리아세틸셀룰로스(TAC) 필름 개발,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고부가가치 신소재를 중심으로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또 다른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은 그룹의 '미래 실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한 1024억원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핵심 배경은 초고압 전력기기 수출 확대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중동·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가 이어지며 실적이 급상승했다.

지난 2월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 코리아 2025'에서 효성의 위상조작변압기(PST)가 전시돼 있다. 강진형 기자

조 회장이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고 AI 중심 전략을 밝힌 것도 미래전략실 신설과 같은 흐름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은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며 "AI 시대가 개화하려면 전력 인프라가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AI 기술을 적용해 전력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는 자산관리 솔루션 '아머(ARMOUR)'를 자체 개발했고, 올해 증강현실(AR) 기반 전력기기 점검 시스템을 접목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김 대표는 효성벤처스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끈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전략실에서 신사업을 발굴할 방침이다. 효성벤처스는 AI·테크·신소재·에너지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간 빅데이터 분석 기업 '디토닉' ▲QR 기반 주문결제 솔루션 '창업인' ▲AI 상담 로봇 솔루션 '페르소나AI' ▲나노셀룰로스 신소재 개발 기업 '에이앤폴리' ▲배터리 모니터링 솔루션 기업 '배터와이' 등이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업계에선 미래전략실이 효성화학의 친환경 신소재 전환 전략, 효성중공업의 AI 기반 에너지 사업 확장, 벤처투자 포트폴리오의 그룹 내 이식 가능성 등을 통합적으로 설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검토→내재화→계열사 확산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효성 내부에 구축하려는 시도로, 지주사 차원의 전략조직이 단순 기획을 넘어 실행의 실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산업IT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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