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세상이 고대하는 암 정복, 성큼 다가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글로벌 빅파마·국내 제약바이오
차세대 항암제 ADC 중심 전략 고도화

"세상은 고대하고 있다(The World Can't Wait)."

지난 16~20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바이오USA 2025'의 슬로건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었다. 특히 암 정복을 향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은 단순한 혁신을 넘어 실질적인 치료제 전선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핵심 화두는 단연 항암 항체약물접합체(ADC)였다. 고형암으로의 대상 암종 확대, 면역·세포 치료제와의 조합 등으로 차세대 항암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존슨의 자사회자이자 글로벌 빅파마인 얀센은 올해 바이오USA 현장에서 "ADC 플랫폼은 얀센의 항암 전략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수한 '암브록스'를 통해 PSMA(전립선 특이적막항원),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CD70을 타깃으로 한 ADC 후보물질을 다수 확보했으며, 대표 파이프라인인 ARX517은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임상 1/2상에 진입했다. 얀센은 기존의 CAR-T 제품인 '카르비키티(Cilta-cel)'의 장기 생존률 개선 결과도 함께 공개하며, 세포치료제와 ADC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ADC는 항체에 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에만 정밀 타격을 가하는 기술이다. 기존 화학항암제가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심한 데 비해, ADC는 '암세포 유도 미사일'로 불릴 만큼 선택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초창기인 1세대 ADC는 약물이 너무 일찍 분리되거나 약물 전달이 불안정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 한계를 넘어선 것이 바로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된 엔허투는 위암,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도 탁월한 반응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 약물에 적용된 페이로드(약물)는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활성화돼, 암세포 주변까지 공격하는 '바이스탠더(bystander effect)' 효과를 발휘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는 엔허투의 성공을 기반으로 자체 ADC 플랫폼까지 구축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 중이다.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AZD5335, AZD8205 등 고형암 대상 ADC 후보물질을 소개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 행사장 내 SK바이오팜 부스에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럭키드로우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최태원 기자

길리어드 역시 항암 모달리티(치료법)의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대표 ADC인 '트로델비(Trodelvy)'는 기존 삼중음성유방암(TNBC)뿐 아니라 PD-L1 양성 환자 대상으로도 병용요법에서 무진행생존률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적응증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길리어드는 "ADC와 CAR-T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복합 치료전략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ADC와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를 축으로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산 ADC 상용화 사례는 없지만, 전임상·초기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ADC 항암신약 'CT-P70'으로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HER2 타깃 다중항체 및 후속 ADC 후보물질도 준비 중이다. 삼진제약은 '온코스타브', '온코플레임'이라는 자체 플랫폼 기반 ADC 기술을 통해 내성 암종을 겨냥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다.

ADC 기술의 확산은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고난도 제조공정을 요구하는 ADC는 생산 안정성과 품질관리 역량이 핵심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에서 2027년까지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DP), 사전충전형주사기(PFS)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 ADC 제조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연내 5~6건의 ADC CDMO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이어 인천 송도에 ADC 전용 생산설비를 갖춘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공식 부스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실무진이 행사장을 찾아 ADC CDMO 수요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벌였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내세워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바이오중기벤처부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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