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6일 한미 정상이 통화했지만 미국이 하루가 지나도록 관련 내용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 기준으로 6일 오전 9시(한국시간 6일 오후 10시) 약 20분간 통화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통화 직후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하루가 지난 7일 오후까지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6일 한국 대통령실 발표 직후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했고 두 정상이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관련 공식 발표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상 간 통화 결과는 대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직접 발표해왔다. 다만 모든 통화를 공개한 것은 아니라서 이 대통령과의 통화 결과를 언급하지 않은 일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의 통화 결과나, 홍보할 만한 성과가 있거나, 통화를 통해 발표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경우에만 내용을 공개했다.
예컨대 지난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뒤엔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SNS에서 공개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와 같이 정상 취임 또는 당선 축하 인사를 겸한 통화는 내용을 발표한 적도, 그렇지 않은 적도 있다. 3월 중순 취임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는 같은 달 28일 통화한 뒤 곧바로 SNS에서 결과를 공개했지만, 지난달 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신임 총리와 통화한 뒤엔 SNS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측에서 한미정상 통화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의 조용한 대응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 새 정부 진용 구축이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관세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협상에 '속도전'을 요구할 경우 차분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로키(low-key·조용한 대응)' 내지 '관망' 기류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일로부터 3일 뒤 통화가 이뤄졌는데,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선일로부터 1∼2일 뒤 통화가 이뤄졌던 관례에 비춰 시간이 더 걸렸다.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한 백악관의 첫 입장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전과는 다르다.
이에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전망인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면에 이재명 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