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두 겹 써도 소용없어”…금호타이어 화재 사흘째

광산구 피해 115건 접수…건강 우려 커져
“창틀에 가루 쌓이고, 냄새도 안 빠져요”
환경단체 “유해물질…도시 전역 조사 필요”

"마스크를 두 겹이나 써도 연기가 그대로 들어와요. 목이 너무 따갑고 기침이 계속돼요."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연기와 분진, 냄새 속에서 일상을 버티고 있다.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오전 건물 외벽이 검게 그을려 있고 내부는 철골 구조물이 붕괴된 채 잔해가 쌓여 있다. 여전히 잔연이 피어오르고 있으며, 현장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송보현 기자

20년 넘게 이곳에 살아온 한 주민은 "살면서 이렇게 큰 화재는 처음이다"며 "불길이 치솟는 걸 창밖에서 봤고, 그날 이후로 계속 목이 아프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베란다 창틀에 시커먼 가루가 계속 쌓여요. 닦아도 반복돼요"라고 말했다. "타는 냄새 때문에 며칠째 창문도 못 열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광산구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총 115건(인적 53건, 물적 32건, 기타 30건)이다. 광산구는 이날부터 송정보건지소 1층에서 피해 접수처를 운영하고 있다. 접수는 오는 28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가능하다. 같은 날 오전 임시 대피소로 마련됐던 광주여대 체육관은 철거됐다.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 한 아파트 출입문에 부착된 화재 피해 관련 안내문. 금호타이어와 광산구는 주민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송정보건지소에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조사 일정과 피해 보상과 관련한 절차 예고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송보현 기자

이와 관련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현장에 통장과 구청 직원을 투입해 피해를 파악 중이며, 금호타이어와 함께 보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현재는 단순한 기침이나 자극 증상에 그치더라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된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한 주민은 "이게 그냥 불 한 번 난 걸로 끝날 일일까"라며 "연기도 연기지만, 타이어 타고 나온 물질들이 얼마나 해로운지 누가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국과수, 경찰, 소방 등 관계자가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사례를 떠올리는 주민도 있다. 당시 58시간 동안 21만개의 타이어가 불에 탔고, 충남대 연구 결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서 호흡기 질환, 편두통, 피부질환 증가가 관찰됐다.

이에 대해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타이어 화재는 벤젠, 다이옥신,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며 "광주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기오염 모니터링과 역학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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