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연구소를 해체하는 등 과학 기술 지원을 대폭 축소하며 과학 인재들이 미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이 미국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외면한 미국 연구원들에게 세계가 구애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NYT는 미국은 최고의 연구자, 과학자, 학자를 끌어들이는 국가로 다른 나라들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과 경쟁이 어려웠으나, 이제 이러한 기회를 역전시킬 기회를 포착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8일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 보건, 교육 예산 삭감 반대 시위. AF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에만 1조달러(약 1404조원)를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높은 연구 예산, 급여, 뛰어난 연구 설비에 많은 실력있는 연구자와 과학자들이 앞다퉈 미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구소와 대학에 지원하던 수십억달러 예산이 삭감되고, 연구 대상 분야가 제한됐다. 특히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외국 출신 연구자와 유학생들은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 3월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과학자 1600명을 상대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은 미국을 떠나는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는 지난 8일 "이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 확보 기회"라며 정부에 인재 영입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일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로 명명한 과학연구 종합지원 계획을 내놨다. 유럽을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향후 2년간 5억유로(약 7856억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EU 회원국들은 개별적으로도 미국 연구자들 모시기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 연구원 유치 프로그램에 1억1300만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는 외국인 연구자 15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68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5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파리 사클레 대학교도 미국 연구자를 위한 새로운 직책 5개를 새로 만든다.
스페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저평가하는 과학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4500만유로 추가 예산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영국은 해외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데 5000만파운드(약 932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벨기에, 호주, 중국, 한국 등도 정부 차원에서 미국 연구자들을 겨냥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을 논의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