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CB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6월 8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이 2%를 향해 근접하고 있는 데다 유럽 경제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발 관세 조치로 인한 유럽 경제의 장기적 피해를 예상하며 추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정책금리는 이날 기준 2.25%다.
ECB는 지난 17일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25bp(1bp=0.01%포인트) 내렸다. ECB는 2023년 6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왔다.
앞서 미국 로이터통신 역시 전일인 26일 ECB 정책 결정자들이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6월 금리 인하에 점점 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짚은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에선 현재 2.25%인 금리가 올 연말까지 1.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춘계 회의에서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유럽 당국자들의 우려도 커진 것으로 관측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경제지표 중심의 금리정책 결정 방향을 유지해 왔다. 그는 "충격의 규모와 분포가 극도로 불확실할 때는 특정 금리 경로를 약속할 수 없다"면서 "ECB는 극단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고 짚은 바 있다.
유럽의 경제 성장 모멘텀은 둔화세다. 구매관리자지수(PMI) 조사에서는 신뢰도 하락과 수요 부진이 드러났다. IMF는 유로존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에서 0.8%로 0.2%포인트 낮춘 바 있다. 금리 방향의 중요한 단서인 인플레이션 역시 둔화세다. IMF와 ECB 모두 올 하반기 중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ECB의 추가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경로에 특정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민첩하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디스 뮐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 역시 "무역 불확실성이 심화하면 통화정책이 조금 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금리 인하 폭과 관련해선 종전 25bp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정책 결정자들이 현시점에서 50bp에 달하는 큰 폭의 인하를 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는 또 시장에 불필요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