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자 추방을 넘어 합법적인 비자를 소지한 유학생까지 무더기로 비자를 취소해 추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CNN 등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역 최소 22개 주에서 300명이 넘는 유학생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방문 교수와 연구원까지 포함하면 비자 취소 인원은 34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NAFSA(국제교육자협회)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비자가 취소되거나 연방정부 기록이 말소된 유학생과 학자는 거의 1000명에 달한다. 미 이민변호사 협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학생 기록이 말소된 사례는 최소 4700건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캠퍼스에 미치광이들이 있다"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면 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이 조치가 처음 이뤄질 때는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해 체포된 마흐무드 칼릴 같은 사례가 발견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범죄까지 이유로 들며 비자 취수와 추방 위협을 받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방된 학생의 일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도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당국은 유학생 비자 취소 후 당사자나 학교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적 하버드 의대 연구원인 케스니아 페트로바는 지난 2월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던 길에 연구용 개구리 배아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자가 취소되고 구금까지 당했다. 페트로바의 변호사는 "단순 실수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미 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토안보부가 유학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록을 조사하고 비자 취소 사유를 찾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도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유학생들은 SNS를 없애고 외출 등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지타운대에 재학하고 있는 캐나다, 이란 국적의 한 학생은 미 시민권 취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에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자신의 계정을 비활성화 했다고 전했다. 학생회 소속이라는 그는 최근 안전을 위해 특정 대화에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엘로라 무커지 컬럼비아 로스쿨 이민자 권리 클리닉 책임자는 "비자 취소된 대부분이 유색인종 배경의 학생"이라며 "현 미국 이민 정책은 외국인 혐오와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제프 조지프 미 이민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민법에 존재하는 이런 모든 도구는 유학생들이 적절한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하고 혼란을 겪다가 결국에는 이 나라를 떠나게 되기를 바라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같은 조치의 법적 근거로 1952년 이민·국적법을 들고 있다. 이 법은 국무장관이 "미국에 잠재적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비시민권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학생 비자 소지자는 150만여명, 교환 방문 연구원은 약 30만명이다. 루비오 장관은 "도서관 기물을 파손하고 캠퍼스를 점령하려고 미국에 온다면, 그런 사람들을 없애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나 두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법대 교수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은 미전역에 엄청난 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