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정부가 어두운 경기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3월에도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추가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달 경기 진단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경기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던 것과 같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진단을 유지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 둔화’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월에는 설 연휴로 인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2월에 다시 플러스 전환했으나 전환 폭이 크지는 않았다”며 “작년에 큰 폭으로 수출이 증가했던 흐름에 비해서 증가 속도가 더디어졌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가 있었던 지난 1월 수출은 전년보다 10.3% 줄었지만, 2월에는 1.0% 증가로 전환했다. 작년 2월 설 연휴가 있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보더라도 플러스 전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은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96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2023년 11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뒤 지난 1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뒷걸음쳤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어진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도 멈춰 섰다. 조 과장은 “반도체 부분이 (수출 둔화에) 크게 작용했다”며 “지난해 (그린북에서는) 수출 둔화세라는 표현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내수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매출액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10.4%, 16.7%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 지수도 95.2를 기록해 지난 1월(91.2)보다 4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 미만이면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조 과장은 “지난해에는 2월에 명절이 있던 영향이 있다”며 “지난 1월에는 설 연휴 전후로 백화점 등에서 플러스 폭이 큰 부분이 반영됐지만, 2월에는 반대로 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서는 마이너스가 나온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소매 판매는 작년 10월과 11월 0.7%씩 감소했다가 같은 해 12월(0.2%) 소폭 늘어난 뒤 다시 줄었다.
지난 1월에 언급했던 고용상황에 대한 평가도 유지됐다. 지난달과 같이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는 시각을 이어갔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판단도 전달과 같이 유지했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관세부과 현실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건설·소상공인·서민금융 등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지속 강구하겠다”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지원 강화,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과 수출지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