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염다연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의 밤’ 한복판에 있었던 국무위원과 군인 등 모두 16명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나와 증언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당 90분 가량이었던 증인신문 자리는 이들 모두에게 가시방석 같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주역들이었던 이들은 탄핵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
◆ ‘계엄의 현장’, 별들의 증언= 비상계엄 당시 출동한 군을 지휘한 장성들의 증언과 입장은 사뭇 달랐다. 특히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6일 6차 변론에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지시했다는 ‘끌어내라’ 의 대상이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이이었다고 증언했다. 자신의 상관인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요원’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증언을 굽히지 않았다. ‘의원을 끄집어 내라’는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권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이어서 핵심적 탄핵사유다. 윤 대통령을 적극 엄호한 것은 윤 대통령과 함께 계엄의 주도 역할을 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의원이 아닌 요원" "최상목 쪽지와 계엄 포고령 1호는 제가 작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제가 ‘(포고령을) 놔둡시다’ 했는데 기억나느냐"고 묻자 "말씀하시니 기억난다"며 시종 윤 대통령 편에 섰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거의 모든 질의에 답변을 피했다. 형사재판 피고인이기 때문에 헌재 증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었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해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일부 했다. 이 전 사령관 검찰 공소장과 다른 내용인데,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들은 형사재판에서 "공소장은 창작 소설"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무회의’의 국무위원들=게엄의 밤 ‘용산’의 호출로 모인 국무위원들의 ‘국무회의’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윤 대통령의 고교 후배이자 판사출신인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장관 재임기간 동안 그날처럼 실질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던 적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다른 국무위원들도 국무회의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충암파’인 김용현 전 장관도 "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10차 변론에서 증언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실체적 흠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앞서 수사기관에서 "사람이 모였다는 거 말고는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었다"고 진술했는데, 헌재에서 김형두 재판관이 이를 거론하며 느낀 점을 묻자 "(국무회의는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도 "(야당의) 29건 탄핵소추가 국민 눈높이와 맞는지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한다. 이런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이라며 야당도 비판했다.
◆최대 화제 증인은 홍장원=16명 증인 가운데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증인으론 홍장원 국정원 전 1차장이 손꼽힌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그 이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적은 것이라며 ‘메모’를 탄핵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상관이었던 조태용 국정원장이 그가 내놓은 메모와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하면서 증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차례(5·10차 변론)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비중이 큰 증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법정 밖 언론인터뷰 등에서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써가며 윤 대통령과 조 원장에게 공세를 폈다.
‘부정선거론’ 관련 증인도 있었다.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각각 "(선관위)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백종욱) "실제상황에선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다"(김용빈)며 상반된 주장을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