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지난 10일 대전 서구 관저동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故 김하늘양(7) 피살 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학교라는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교사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위험 교사를 즉각 개입해 분리하는 ‘하늘이법’이 추진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취지는 분명하다. 직무 수행이 어려운 교사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이 강조하는 ‘심리 검사’와 ‘복직 제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사의 복직 여부가 아니라 정신과 진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현실과 이를 꺼리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순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쉽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으면 승진과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이를 숨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고위험 교사를 색출’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교사들은 정신과 진료를 더욱 피하려 할 것이다. 정신 건강 관리는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신과 진료는 여전히 ‘마지막 선택’처럼 여겨지고 있다.
교사들은 높은 업무 강도와 학부모 및 학생과의 갈등, 반복되는 과중한 행정 업무 속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리 검사를 통해 ‘이 교사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배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정기적으로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정기 심리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직무 수행이 제한될 수도 있는데, 누가 솔직하게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정신 건강 관리는 치과 치료나 건강검진처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과정이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정신과(psychiatry) 진료’라는 용어보다 ‘테라피(therapy)’라는 개념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받기 전 사이코 테라피스트를 찾아 상담한다. 정신과 진찰을 받으면 정신병력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편견 때문에 정신과를 잘 찾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도 마음 건강 클리닉’, ‘테라피 센터’, ‘멘털 웰니스 센터’ 같은 용어를 도입하면, 정신과 진료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건강 관리의 일부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이 위험 요소를 가진 교사로 분류되는 과정이 아니라 건강한 교육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하늘이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교사를 색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