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동시에 대형 산불 4건이 발생하면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0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을 타고 확산하는 가운데 다른 산불까지 겹치면서 현지 상황은 사실상 '진화율 0%'의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2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길이 주택가, 야산으로 퍼지고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CNN방송은 "산불 진화율은 0%"라며 "짧은 시간에 산불이 동네 전체로 번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산불은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로 인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1만5000에이커 이상이 불에 탔고, 최소 1000채의 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는 LA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라고 짚었다. 이날 오전 산불 현장에서 발생한 돌풍은 최대 시속 160㎞로 허리케인급 위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전날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에서 발생한 산불로는 최소 2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등 "심각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캘리포니아주 허스트와 우들리에서도 각각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강풍 여파로 진화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LA카운티 전역에 걸쳐 15만명 이상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방송은 분석했다. 이는 이날 오전 당국이 추정한 7만명의 두 배 상당이다.
일단 뉴욕타임스(NYT)는 "통제불능의 상태"라며 "길가의 나무들이 거대한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소화전에서는 물이 거의 말라붙었고, 공중에서 물을 뿌리는 헬리콥터는 돌풍에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구조인력은 물론, 화재 진압을 위한 물 공급 부족까지 우려하고 있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1~2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에는 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진화 인력 및 자원 부족을 호소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진화에 필요한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공했다"며 "행정부는 대응 지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뉴섬 주지사의 환경 정책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