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풍성한 하얀 수염과 두툼한 뱃살이 눈에 띄는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매해 '산타 마을'로 불리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순록이 끄는 썰매에 올라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출발한다. 자녀에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설명한 부모들은 미리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미국 성인 11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응답자의 58%가 "당신의 자녀는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같은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률은 65%로 2년 새 소폭 낮아졌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어린이에 대한 설문조사는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진행해왔다. NYT는 198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1면에 만 3~10세 어린이 26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이 설문조사에서 어린이 87%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다고 밝혔다. 당시 어린이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절대 죽지 않는 사람",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빨간색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북극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산타클로스를 상상해냈다.
추가적인 어린이 대상 설문조사는 없었으나,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지'를 묻는 설문조사가 더러 진행됐다고 NYT는 전했다. 2013년에는 퓨리서치센터가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자녀가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부모 본인이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률이 더 높게 나왔다. 올해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어릴 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었으며, 어린 시절 부모님을 비롯한 보호자가 크리스마스이브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산타클로스가 방문했던 것처럼 행동했다는 응답률도 76%로 높았다. 2022년에도 유년 시절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었다는 응답률은 76%로 높은 편이었다.
실제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25%로 가장 높았고, '10살쯤'이라는 응답률이 13%로 뒤를 이었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알게 됐다'는 답변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 사실을 알고는 실망(응답률 34%)하거나 슬펐다(26%)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올해 조사에서 자녀에게 산타클로스가 방문한 척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2022년만 해도 66%였는데 14%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자녀들을 위해 '선물을 담을 스타킹을 걸거나', '산타클로스를 위한 쿠키나 우유를 남기겠다'는 응답자도 각각 65%와 45%로 적지 않았다.
한편, 미국 중산층에서는 고물가 여파로 크리스마스 연휴 선물을 구매하는 데 쓰는 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달 말 설문조사 결과 가계 소득 연 4만~10만달러(약 5800만~1억4500만원) 수준인 미국인 가구가 1년 전보다 줄이겠다고 밝힌 크리스마스 연휴 선물 비용은 평균 20%에 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