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른바 '쌍특검법'(내란일반특검법·김건희여사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한 권한대행은 쌍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내년 1월 1일까지인 만큼 당장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여야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24일까지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검법 공포를 미루거나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23일 "쌍특검법을 내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여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쌍특검법은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7일 정부로 이송됐다. 현재로서는 오는 31일 예정된 정례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나 재의요구안이 상정돼 의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쌍특검법 가운데 일부를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현재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야 간 충분한 협의와 절차를 거쳐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권한대행 탄핵 소추를 위한 국회 정족수에 대한 여야 견해차가 뚜렷하면서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국무총리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이 있으면 된다는 견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무총리 탄핵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 대해 특별정족수가 인정되는 것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 때문이고 권한대행이라 하더라도 정당성이 새롭게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적의원 과반수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 운영위원회 김상수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10월 '탄핵소추 남용 방지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대통령에 대한 가중된 (탄핵소추) 요건을 대통령 직무대행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인 만큼 총리가 형식적인 임명 절차를 거부하거나 늦출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언급한 반면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를 강행하면 즉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장 교수는 "현상유지적 권한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 몫의 3명은 몰라도 기타 6인에 대해서는 임명이 가능하다"면서 "2017년 3월 황교안 권한대행이 양승태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선례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