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십만 원대의 한정판 호텔 케이크가 조기 마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화된 고물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프리미엄 케이크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해진 것이다.
2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에서 출시한 한정판 케이크인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는 지난달 26일 사전예약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판매를 모두 끝마쳤다. 준비한 수량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판매 마감 속도는 지난해보다 더 빨랐다.
해당 케이크는 송로버섯(트러플)과 프랑스 디저트 와인인 샤토 디캠을 넣은 것으로 국내 호텔에서 출시한 케이크 중 값이 가장 비싸다. 트러플 양이 지난해보다 25% 늘고 라즈베리 초콜릿 장식이 추가되면서 가격은 지난해보다 10만원이나 더 비싸진 40만원에 팔렸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값비싼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는 줄었는데 연말을 특별하게 보내려는 소비자들 중심으로 프리미엄 호텔 케이크 구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정판 호텔 케이크는 호텔에서 판매하고 있는 케이크 가격(7만~10만원대)보다도 두 배가량 비싼 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케이크는 최상급 원재료를 사용해 특별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30~50대 고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호텔들이 출시한 한정판 제품도 일찍 판매가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파르나스호텔이 50개 한정으로 출시한 한정판 케이크 '위시 휠(가격 35만원)'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사전 예약 기간 제품을 모두 판매 완료했다. 해당 케이크는 파르나스호텔이 선보인 케이크 중 가장 비싼 케이크다. 대관람차를 형상화한 수제 초콜릿 아트 케이크다. 지난해 파르나스호텔은 초콜릿 아트 케이크 '메리고라운드'를 25만원에 선보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10만원이나 더 비싼 가격으로 새로운 케이크를 판매 완료했다. 이 외에도 60개 한정으로 판매한 '윈터 아이 베어(가격 15만원)'도 판매를 마감했다.
워커힐호텔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28만원짜리 '루미에르 포레스트 케이크'도 사전예약(12월1일)을 받은 지 12일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동났다. 워커힐 호텔을 대표하는 딸기 샌드 케이크로 두바이 초콜릿으로 제작한 트리 장식과 수제 초콜릿으로 만든 회전목마 등이 특징이다. 지난해 회사가 선보인 스페셜 딸기 케이크의 가격은 22만원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보다 6만원 올랐다. 호텔들이 판매하고 있는 일반 케이크 판매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롯데호텔 '델리카한스'에서 판매하는 '딸기 케이크'의 가격은 10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5%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0개의 딸기가 케이크에 콕콕 박혀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해마다 높아지는 호텔 케이크 가격에 대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케이크 최고 가격은 40만원이었는데, 환율 상승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할 경우 내년에는 50만원대 케이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는 수십만 원대 호텔 케이크를 구매해 높은 가치를 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인상도 호텔들의 마케팅 기법의 하나"라며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케이크 소비를 과시하며 만족감을 찾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소비 행위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