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형기자
밸류업 정책 불확실성에 금융주가 최근 급락하면서 가격 매력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보험 등 금융사가 이미 내놓은 밸류업 공시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으며 환율 급등이 주주환원 이행 능력을 훼손하는 정도는 소폭에 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보험 등 금융주로 구성된 KRX300금융지수는 전일 종가 기준 전장 대비 25.86포인트(2.46%) 반등한 1079.17을 기록하며 코스피(1.57%)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10.17% 하락한 상황이다. 금융주는 올해 증시에서 대표적인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며 상승 랠리를 이어왔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에 따른 밸류업 정책 좌초 및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로 인한 주주환원 이행 여력 우려 등이 시장에 번지며 최근에 낙폭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고 지적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전부터 금융지주는 주가 부양을 위한 배당 확대 의지를 여러 번 내비쳤지만 D-SIB(금융체계상 중요한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입장 때문에 확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간배당 및 분기균등배당 등 금융지주의 배당 정책이 기대보다 빠르게 개선됐고,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금융지주의 총 환원율이 50%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밸류업 공시를 번복하는 것은 신뢰도 하락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밸류업 공시 번복은 쉽지 않은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 금융주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은행 대장주인 KB금융, 화재 부문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해외주식 강화가 기대되는 메리츠금융지주, 내년 건강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삼성화재 등은 주가 조정 시 매수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주 중 특히 삼성화재가 이익과 주주환원율에서 경쟁사 대비 우월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상 배당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변수는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 변경에 따른 보험계약마진(CSM) 감소인데, 주로 2위권 기업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고 삼성화재는 이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홀로 가격 경쟁력 중심의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이익 성장 우위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주 관련해서는 환율 급등이 주주환원 여력을 크게 훼손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는 환율이 오른 것만으로 밸류업 공시 이행 가능성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은 외화환산손실과 더불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높여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하락시키지만, 다른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환율 변동에 의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은행의 CET1에 부담으로 작용하나 현시점에서 이로 인한 주주환원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며 "RWA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환율만이 아니다. 대출 성장률 및 대출 믹스, 비은행 부문의 성장 등 위험 관리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추가로 감소할 여지가 있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김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RWA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경우 CET1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RWA 증가율을 연초 대비 1%로 가정하면 3대 금융지주의 CET1이 연말 대비 최대 0.43%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CET1의 개선은 주주환원 여력 증대로 이어진다. 아울러 내년 국내 경제 환경 안정화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 시 추가로 CET1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