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강희종기자
최근 국내외 테크 산업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브로드컴(Broadcom)이다. 브로드컴은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엔비디아(NVIDIA), TSMC에 이어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상승세로 인해 TSMC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오르며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브로드컴의 급등 배경에는 AI 칩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브로드컴의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대형 클라우드 업체 세 곳, 즉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와 함께 AI 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며 브로드컴 주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브로드컴은 앞으로 3년간 AI 분야에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더욱 높였다. 이로 인해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는 급등했다.
브로드컴의 이러한 성장세는 기존 반도체 시장의 구조에 변화를 예고한다. 기존에는 엔비디아가 GPU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왔지만, 브로드컴의 AI 칩 개발은 엔비디아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브로드컴은 AI 딥러닝에 최적화된 XPU라는 새로운 칩 개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 칩은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와는 다른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특히 전력 소모가 적고 효율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브로드컴의 경쟁력은 단순히 하드웨어 기술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브로드컴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기술에서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CA 테크놀로지스와 VM웨어 같은 기업들을 인수하며 반도체뿐 아니라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 이는 브로드컴이 단순한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종합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전략적 인수는 브로드컴이 AI 칩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의 역사도 흥미롭다. 1991년 미국에서 네트워크 반도체 회사로 설립된 브로드컴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Avago)와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본사를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며 미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러한 복잡한 역사는 브로드컴이 다양한 기술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브로드컴의 현재 CEO인 혹 탄(Hock Tan)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계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브로드컴의 경영을 맡아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의 전략적 경영은 브로드컴을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혹 탄 CEO는 올해 초 한국의 카이스트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한국과의 인연도 보여줬다. 이는 브로드컴과 한국 간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와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엔비디아의 GPU 기술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이미 많은 개발자와 고객들에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로드컴의 AI 칩 기술과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는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브로드컴의 성장이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엔비디아와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브로드컴의 성공은 단순히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형 변화를 의미한다.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향후 AI 시장에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