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
장희준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 소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상설특검 임명,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야당 요구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할 경우 직무를 조기 정지하겠다고 압박하면서다. 데드라인은 이달 말까지다. 만일 윤 대통령에 이어 한 대행까지 탄핵당할 경우 국정 혼란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한 대행에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김건희 특검법' 및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내란 행위에 대한 '내란 일반특검'을 오는 24일까지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두 특검법의 공포 및 재의요구 시한은 다음 달 1일이지만 민주당은 이번 주 내 공포하지 않을 경우 한 대행의 탄핵 절차에 즉각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야권은 탄핵 추진 이후 플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대행을 탄핵한 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정사상 초유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도 압박했다.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은 지난 11일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야권은 윤 대통령 특검을 위해 두 가지 트랙을 준비했다. 일반특검과 달리 상설특검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특검 임명 후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즉시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특별검사는 국회 의결 후 한 권한대행이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이 이미 열흘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특검 후보 추천위 구성까지 마쳤다"며 "서둘러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라"고 주장했다. 당은 상설특검 역시 오는 24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았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의 신속한 임명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27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당은 인사청문회 불참을 예고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여권은 '탄핵 심판'을 최대한 지연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민주당의 압박에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라는 세 가지 기준을 거듭 제시했다. 앞서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법률 6건에 대해서는 재정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두 가지 특검법은 법리적·정치적 요소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 특검법은 한 대행이 주요 피의자로 포함돼 있어 거부권 행사에 따른 수사 회피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은 그간 위헌적 요소를 반대 이유로 들었지만 비상계엄 이후 거부권 행사 명분이 다소 약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 대행은 공식 일정 없이 지난 주말을 보냈지만, 공관에서 여야가 충돌하는 지점을 계속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특검법에 대한 법무부의 검토는 물론, 각계 의견을 청취 중이다. 정부는 결론을 최대한 미루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정례 국무회의 상정 여부에 대해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내년 1월1일)에 앞서, 오는 31일 정례 국무회의가 한 차례 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