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광 어디로…中저가 쓰나미에 US스틸 실적 악화

4분기 수익 감소 전망
시간외서 주가 4% 하락
中 관세 장벽도 안통해

‘미국 산업화’의 상징에서 일본제철의 인수 매물로 밀려난 US스틸이 중국산 철강 쓰나미에 실망스러운 4분기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중국산 철강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쌓아 올렸음에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US스틸은 19일(현지시간) 뉴욕장 마감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 철강 가격의 하락, 유럽 수요 약화로 4분기(9~12월)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분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전망치는 1억5000만달러로 전문가 예측치 집계(2억6000만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이에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US스틸의 주가는 약 4% 하락했다.

US스틸은 밀려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 건설업 부진 등으로 쌓여있는 철강을 덤핑 수출하면서 미국산 가격은 올 들어서만 40% 급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 철강 관세를 세 배로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7월에는 중국의 관세 우회로로 지적돼 온 멕시코 경유 중국산 철강에도 25%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중국 철강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위안화 약세로 인해 이 같은 관세 장벽도 미국 철강 산업의 침체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US스틸의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도 자동차 산업 침체 등으로 철강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됐다. US스틸의 주가는 올 들어 약 34% 하락하며 뉴욕 3대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분위기에서 소외됐다.

특히 US스틸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이 149억달러(약 2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며 미 정치권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상태다.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US스틸 본사와 미국철강노동조합이 있는 펜실베이니아가 최대 경합주로 떠오르자 민주당, 공화당 모두 US스틸 매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10여일 남은 올해 안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권고안을 바이든 대통령에 제출해야 한다. CFIUS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안보 위협이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불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초에도 "나는 한때 위대하고 강력했던 US스틸이 외국 기업, 이번 경우 일본제철에 인수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우리는 일련의 세제 혜택과 관세 조치들로 US스틸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제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주 근시안적이며 중국의 철강 지배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거래는 US스틸의 현재 운영 및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 미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현지 철강 시설에 27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일본 제철의 제안은 US스틸이 중국의 무역 전략에 맞서 더 나은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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