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가 '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라는 판단하에 불가피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입장'이라고 19일 전했다.
또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체포에 '체'자도 꺼낸 적 없다고 했다"며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자신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내란을 도모했던 게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40년 지기인 석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소통을 하고 있느냐. 직접 가서 만났나, 아니면 전화 통화로 연락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필요한 범위에서 충분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얼굴을 보기도 했다는 말씀까지 드린다"고 답했다.
이날 회견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 그는 "머지않아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공보를 담당하는 분이 정해지겠지만, 저라도 말을 안 하고 함구하고 있으면 여러분도 답답하고, 국민들도 답답할 것 아니냐"며 "대통령도 어쨌든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넓히려면 준비기간에 이런 소통이 누군가를 통해서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한 것처럼 변호인단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닌 만큼 제한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먼저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내란죄가 아니라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국민에게, 언론에, 해외로까지 전파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통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걸 내란으로 본다면 예고하고 하는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국회가 헌법 절차에 따라서 2~3시간 만에 해제 요구한다고 그만두는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 답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가) 충격적인 상황이지만 그런 조치가 필요할 만큼 윤 대통령은 망국정 비상상황으로 봤고, 필요하다고 보고 계엄을 선포했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석 변호사는 "법리적인 입장은 나중에 변호인단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이 최근 "수사든 탄핵이든 당당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그는 "앞으로 전개될 사법절차나 헌법재판 절차에서 대통령으로서 왜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해서 헌법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비상계엄 선포를 선택하게 됐는지, 그 같은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고충, 이런 부분들에 대해 소신껏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4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나 국회의원들을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원들 끌어내라고 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다 부인하고 계신가'라는 질문을 받고 "제가 답변을 해야 될 범위가 아슬아슬해지는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이 그날, 대통령도 법률가다. '체포하라'는 용어를 쓴 적 없다고 들었다. 체포에 '체'자도 꺼낸 적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 대답을 듣고 한 시민이 "끌어내라의 '끌'자도 들은 적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그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체포라는 말을 했다 안 했다가 문제가 아니라 만일 체포하라고 했다면 도대체 어디다가 데려놓겠다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석 변호사는 "다시 말하면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의 300명 미만의 군인들이 들어갔고, 그 넓디넓은 의사당 주변에 그 정도밖에 인원이 되지 않았고, 또 대통령께서 '절대 시민들과 충돌하지 마라', 군을 제외한 나머지 (시민들), 국회 관계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러한 지시와 당부를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저의 생각을 여기서 말씀드리는 자리가 아니고, 그런 것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계엄 해제 후 발표한 담화문과 그 이후에 발표한 담화문에 기본적으로 나와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법리적인 관점에서 당시의 자세한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확인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 사법절차, 헌법재판 절차에서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최근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 우두머리로 단정짓고 경쟁적으로 수사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변호인단 구성이 늦어지는 것이 혹시 시간끌기 작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변호인단에) 참여하겠다는 분들이 여러명 있다"며 "때로는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되고, 기존에 해온 의뢰인들의 업무를 중단해야 되고, 그런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물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시간적으로 설명될 순 없지만, 대통령은 어쨌든 국가비상상황이라고 봤고, 나름대로의 고심 속에서 비상계엄까지 이른, 그러면서도 시민과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바로 내란죄 프레임을 씌우고 지난 일주일 동안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수사했는데, 상황이 조금씩 정리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심경이 드러나있는 글이라며 회견 시작에 앞서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경호처 압수수색이나 문서 수령 등을 거부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절차적 단계가 있겠죠. 대통령이 불쑥불쑥 나설 수도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고. 재판이 열리고 탄핵심판이 열리고 그런 단계에 따라서 때가 되면, 대통령이 주춤하지 않고 절차와 단계에 맞는 방식으로 본인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론 변화도 감지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많은 분들, 시민 전문가분들이 내게 정보를 보내주고 있는데, 단순한 국정 지지율 외에도 청년, 인터넷 사이버상에서도 많은 주장과 공방이 오가고 있다"면서 "초반 일변도의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점차 국민이 차분하게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다만 이날 석 변호사는 계엄포고령 내용의 위법성,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된 입장 등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회견에는 기자들 외에 여러명의 유튜버들도 참석해 석 변호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견을 마친 석 변호사는 갑자기 몰려든 사진기자들과 유튜버들에 둘러싸여 한동안 이동하지 못하다가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갔다.
석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2012년 로스쿨 출신 전모 당시 서울동부지검 검사(변호사시험 1회)의 피의자 성관계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