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던 육아휴직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육아휴직자가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통계청이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이다. 관련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자가 감소한 것은 출생아 급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휴직해서 돌볼 아이 자체가 줄었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2023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대상으로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경우는 19만5986명으로 전년대비 3.0% 감소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2010년 7만3000명가량이었던 육아휴직자는 2015년 이보다 약 두 배가량인 14만명을 넘었고, 2022년에는 2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빠 육아휴직자만 5만4000명에 달했는데, '3+3 육아휴직제'(부모 모두 육아휴직시 3개월간 휴직급여율 상향 등)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아빠 육아휴직자는 5만명 수준으로 4100명(-7.5%) 줄었다. 엄마 육아휴직자도 같은기간 14만7500여명에서 14만5500여명으로 2000명(-1.4%) 가까이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출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가 줄었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2014년생 자녀를 키우며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엄마 육아휴직자는 자녀가 0세(83.5%)일 때, 아빠 육아휴직자는 자녀가 7세(17.9%)일 때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가, 유치원 시기에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써서 돌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녀의 연령대인 8세 이하 인구는 지난해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 또한 7.7%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2022년 24만9186명에서 2023년 23만28명으로 급감했다. 육아휴직자가 줄어든 주된 이유다.
비록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올해는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혼인과 출생아 수 증가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보다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으로 출생아 수가 2만명을 웃돌았고, 8월 혼인 건수도 1만7527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0.0% 증가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지연된 출산의 회복 등 영향으로 올해는 전년(0.72명) 대비 0.2명 상승해 2028년까지 완만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육아휴직자는 줄었지만 육아휴직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2.9%로 전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인구수가 줄면서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숫자는 줄었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은 제도 개선 덕분에 증가하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