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리 군대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몰아내기 위해 '상당수'의 북한군을 동원하기 시작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례연설에서 "러시아는 북한군을 자기 부대에 통합해 쿠르스크 내 작전에 투입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쿠르스크 내 작전에만 북한군이 배치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북한군 작전 투입은 34개월에 걸친 전쟁에서 새로운 긴장 격화 국면을 조성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군을 포함한 어떤 위협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해 "서방 동맹국들이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리가넷도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복을 입고 전투에 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가넷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산하 '거짓정보 대응센터'의 센터장인 안드리 코발렌코는 북한군을 "소련제 무기로 훈련받은 보병"이라고 평가했고, 이미 전투에서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쿠르스크에는 북한군 1만1000명 이상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의 참전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에도 아나톨리 바릴레비치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이 일부 북한군과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당수'를 언급한 것은 러시아의 북한군 동원 규모가 지금까지 확인된 산발적 소규모 참전 사례보다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의 오인사격으로 러시아군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을 인용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던 북한군이 오인사격을 가해 러시아군 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HUR은 이번 사건이 북한군 파병 초기부터 지적돼온 언어장벽 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HUR은 또한 러시아가 북한군 배치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검열을 거치는 등 특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키이우포스트는 HUR의 주장을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북한군이 눈에 띄는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