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상황실 압수수색 증거 나올까[양낙규의 Defence Club]

계엄문건 은폐하기 전 압수수색해야
합참·경찰 “압수수색 방식 추가 협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계엄사령부가 차려진 합동참모본부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12일 재시도할지 관심이다. 합참은 국가 기밀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어 경찰과 협의를 추가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록물 무단폐기 및 은닉 시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6시 12분쯤 국방부 출입 기자란 대상 공지에서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전 계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은 오늘 실시되지 않았다"라며 "이에 대해서는 추가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 청사에서 시도한 압수수색은 전 계엄사령부가 사용했던 시설 및 장비가 대상으로, 합참에 대한 압수수색은 아니다. 혐의는 내란 등으로 주요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실, 경호처, 합참 건물로 파악됐다. 합참 지휘통제실에는 계엄상황실이 설치됐다. 이 시설에는 국가 기밀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합참은 경찰과 압수수색 방식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합참은 "군은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협의로 진행하는 것은 군의 특수성 때문이다. 수사, 기소와 재판까지 아우르는 형사사법 활동의 근거 법률이자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에는 국가적 기밀을 다루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해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형소법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에 관해 본인 또는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나 감독 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도 해당 공무서나 감독 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국가 중대 이익'인 경우에만 수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합참은 군사적인 기밀을 다루는 공무 장소라는 특성에 비춰볼 때 이번 압수수색 역시 그런 요인이 고려돼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경찰의 압수수색이 늦어질 경우 기록물 무단폐기 및 은닉 시도가 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8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유고 등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과 더불어 병력 배치 계획 등 내용이 담겼다. 사이버 전문팀을 통한 민간인 사찰 시도 정황 등도 확인됐다.

하지만 기무사 전 5처장이었던 기우진 전 처장이 해당 문건을 감추기 위해 키리졸브(KR)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중 생산된 훈련 2급 비밀로 등록해 은폐를 시도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기무사 3처장이었던 소강원 육군 소장, 방첩정책과장이었던 전 모 중령도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공전자기록 등으로 구속됐다. 기 전 처장은 지난해 5월 무죄를 받은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벌금 5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압수수색을 해도 ‘비화폰’을 사용하는 군인들의 특성상 증거 확보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은 주로 대령급 이상 군 지휘관이 사용하는 도청 방지 휴대전화를 말한다. 비화폰은 암호화된 통화·문자도 가능하고 녹음이 되지 않는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공조수사본부’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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