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변동폭을 키우며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국내 경기에도 부담을 주며 당분간 원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란 평가다.
4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0분 기준 141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에 개장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주간 거래에서 1402.9원에 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오전 0시 30분경 야간 거래에서 1442.0원까지 치솟았지만 새벽 1시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소 진정돼 새벽 2시 1425.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고가 기준으로 1442원까지 치솟은 건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외환시장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선 위에 머물며 변동폭을 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계엄령 선포 이슈가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주면 자금 수급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 자체도 1400원대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에도 부담을 주면서 원화가 강세로 가기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하단은 1380원, 상단은 1450원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12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회의를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향후 한국 정국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코스피, 한국 국고채 등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로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410원~1420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단기 외채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상단 자체는 1440원 부근에서 막힐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수급 악화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