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년 이상 레바논에서 전쟁을 벌인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휴전 협정은 현지시간으로 다음날인 27일 오전 4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적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를 대리해 협상에 나선 레바논 당국이 휴전 합의를 수용했다면서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합의된 협정에 따라 현지시간으로 내일 오전 4시부터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기습 공격 당하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시작된 지 약 13개월 만에 휴전이 이뤄지게 됐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이른바 ‘북쪽의 화살’ 작전에 나서며 레바논에서 지상전에 돌입한 것 기준으로는 약 2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는 적대행위의 영구적 중단을 목적으로 고안됐다"며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의 잔당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휴전안에 따라 향후 60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군대를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이며 국경지대에는 레바논군과 국가안보군이 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바논 남부에 미군은 배치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레바논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레바논의 주권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레바논 국민이 안보와 번영의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는 것처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가자전쟁 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 사람들은 지옥을 겪었고 그들의 세상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유일한 탈출구는 남은 인질을 석방하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직후 성명을 통해 "내각은 오늘 저녁 레바논에서의 휴전협정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장관 10명의 (찬성) 다수결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영상연설에서 "레바논에서의 휴전으로 이란의 위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전 방침을 발표했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휴전이 가자지구 전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휴전 이유로 이란의 위협 외에 하마스의 고립을 꼽으면서 "하마스에 대한 우리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이는 우리가 인질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반발 여론도 확인된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휴전 협정을 "역사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 침묵을 위한 침묵이라는 개념으로의 회귀이며, 이것이 어디로 이어질지 우리는 이미 봤다"고 결국 전쟁이 재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빈곤 퇴치를 위한 비정부기구인 액션에이드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 사람들은 다시 폭탄이 집에 떨어지기 전까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살아야 하느냐"며 이번 휴전이 장기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요한 점은 가자지구에서는 아직 휴전에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대량학살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