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기자
국내에서 대표적인 의료 인공지능(AI) 업체로 꼽히는 루닛 주가가 이달 들어 70% 이상 급등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통해 볼파라 헬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입증한 데다 세계적인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더해진 결과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루닛 주가는 지난달 말 3만9750원 대비 74.8% 올랐다. 전날 6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6.7% 하락했다. 시장 대비 수익률은 81.5%포인트(P)에 달했다. 국내 기관 투자가가 1045억원어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루닛은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68억원, 영업손실 1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늘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액 34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97억원 대비 73% 늘었다. 영업손실은 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두배로 커졌다.
루닛은 지난 5월 볼파라 헬스를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2647억원을 들여 볼파라 지분 100%를 취득했다. 올 3분기는 볼파라 실적을 7월부터 9월까지 온기로 반영하면서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백지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볼파라는 3분기에 매출액 110억원을 기록했다"며 "매월 30억~35억원 사이의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 구조로 루닛 본사 매출액 변동성을 축소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지난 18일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소세포 폐암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디지털 병리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백 연구원은 "지난해 초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를 출시한 이후 세계적인 제약사와 처음 맺은 계약"이라며 "루닛 스코프 지노타입 프리딕터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환자를 찾아내기 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비소세포 폐암은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한다. 매년 발병 환자 수는 2020년 52만명에서 2030년 6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가 약을 많이 처방하려면 환자를 많이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루닛의 협력은 동반진단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반진단은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한 약물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동반진단 검사가 약물 대상군을 결정짓는 만큼 진단 자체가 약물의 시장규모를 결정한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본 계약을 체결하면 적용 암종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적인 항암 신약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다양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성과에 따라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AI 플랫폼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