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수사 검사 탄핵, 미국은 없다”

레이몬드 티어니(Raymond A. Tier-ney·사진) 미국 뉴욕주 서포크 카운티 검찰청 검사장은 30년간 강력범죄 수사로 이름을 떨친 베테랑 검사다. 그는 검사장 취임 직후 10년 넘게 미제였던 ‘길고비치 살인사건’의 재수사를 지휘해 범인을 기소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사건으로, 한국에서는 ‘미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린다. 티어니 검사장은 지난 20~22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인검사 교류협력 세미나에서 직접수사 사례로 길고비치 살인사건을 발표했다. 이후 법률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법률신문

- 길고비치 사건은 한국에서도 특집 방송될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다. 10년 넘는 미제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나

재수사를 결심했을 때 검사와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존 증거를 분석한다면 새로운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뉴욕주 경찰청, 서포크 카운티 검찰청, FBI 등 여러 기관의 검사와 수사관들로 TF를 구성했다. FBI는 미행 및 감시팀을 구성해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휴대전화 통화 기록 조사에서도 큰 도움을 주었다.

- 협력과 공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수사기관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디지털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 디지털 증거, 포렌식을 위한 증거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는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범죄가 발생하면 초기 단계에서 협력을 통해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검찰은 범죄자의 유죄를 입증하고 동시에 무고한 사람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

- 세계적으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대형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세상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범죄가 발생하는 물리적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국경 밖에서 발생한 범죄로 인해 자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에 거주하지 않으니 법적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범죄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 미국은 여러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 한국 검찰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도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유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미국에서는 검사가 준수해야 할 윤리적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 검사들이 정치적 당적을 유지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은 외부 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철저히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검사들이 기소나 수사 과정에서 활용하는 기밀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며 기밀 유지가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다.

- 한국에서는 정치인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 시도가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

정의를 구현하는 일은 정치와는 무관하다. 미국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기소했다는 이유로 검사를 탄핵하려 하거나 탄핵된 사례는 없다. 다만, 검사가 자신의 직무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징계를 받거나 사임한 사례는 있다. 검찰 역시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법적 책임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징계나 해임 조처를 취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빈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